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뭔가 롯데와 경기를 할 때는 꼬인다"
KIA 타이거즈는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0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4-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KIA는 2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45승 2무 31패 승률 0.592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2위 LG 트윈스와 격차는 2경기, 3위 삼성 라이온즈와는 2.5경기, 4위 두산 베어스와는 3.5경기에 불과하다. 아슬아슬하게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든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그 배경에는 롯데와 SSG 랜더스에게 열세인 것이 크다. KIA는 올해 SSG를 상대로 3승 6패, 롯데에게는 3승 1무 6패로 매우 약한 모습이다.
특히 KIA는 올해 롯데만 만나면 경기력이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KIA는 정규시즌 일정이 시작된 후 광주 홈 개막전에서 롯데를 상대로 2승을 수확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런데 지난 5월 21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전부터 단단히 꼬였다. 당시 KIA는 롯데의 '좌승사자' 찰리 반즈를 시작으로 박세웅, 애런 윌커슨이 모두 7이닝 이상을 소화하게 만들 정도로 고전했고, 그 결과 시즌 첫 번째 '스윕패'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후 1위 팀이 꼴찌를 상대로 스윕을 당한 것은 KIA가 최초였다.
원정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던 KIA는 6월 4일부터 시작된 광주 롯데전에서 설욕을 노렸다. 하지만 첫 맞대결에서 '사직예수' 윌커슨을 상대로 시즌 첫 번째 완봉패의 굴욕을 맛본데 이어 이튿날에는 '주장' 나성범이 아웃카운트를 착각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 등 3-9로 무릎을 꿇었다. 그 결과 2017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롯데를 상대로 5연패를 경험하게 됐다. 그래도 KIA는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에서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한 끝에 롯데를 잡아내면서 길고 길었던 연패를 끊어냈다.
하지만 KIA는 마냥 웃지 만은 못했다.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는 과정에서도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던 까닭. 나성범이 본헤드 플레이를 범한 뒤 선수단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상황에서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평범한 뜬공 타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때문에 경기가 종료된 후 이범호 감독은 "최근 롯데와의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해 팬들에게 정말 죄송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KIA가 사직에서 다시 한번 롯데를 만났는데, 지난 25일 경기는 충격이었다.
KIA는 경기 초반부터 롯데 마운드를 쉴 틈 없이 두들기며 14-1의 리드를 점했다. 막아내야 할 이닝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승기는 KIA 쪽으로 기울었던 경기였다. 네이버의 문자중계에서 KIA의 승리 확률은 무러 99.8%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4회말 수비에서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고승민에게 만루홈런을 맞는 등 6점을 헌납하면서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하더니, 7회말 수비에서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다행히 8회초 공격에서 균형을 맞췄고, 연장 승부 끝에 15-15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고개를 들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특히 8회초 공격에서 동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KIA는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25일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KBO리그에서는 10점, 메이저리그에서는 12점, 일본프로야구에서는 10점(4번)차의 열세를 뒤집은 것이 최다 점수차 역전패였는데, KIA는 무려 13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전세계 야구계 최다 점수차 역전패 신기록을 작성할 위기에 놓였던 까닭이다. 이에 이범호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령탑은 26일 경기에 앞서 "생각할 것이 많은 하루였다. 제 숙소로 들어간 뒤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범호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얘기를 나눴다. 특히 배터리 코치님과 '변화에 대한 것도 생각을 해야 될 시기인 것 같다'는 말도 나눴다.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많은 것을 준비했지만, 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확실하게 한 번 더 챙기고 가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지만, 어쨌든 다잡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면서도 "뭔가 롯데와 경기를 할 때는 꼬인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고 토로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반드시 잡았어야 할 26일 경기. 하지만 KIA는 또다시 웃지 못했다. 경기가 전체적으로 25일 경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KIA는 경기 시작부터 만들어진 득점권 찬스에서 나성범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손에 넣은 뒤 2회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솔로홈런과 김도영의 달아나는 적시타를 바탕으로 3-0까지 간격을 벌렸다. 그리고 2회말 선발 캠 알드레드가 정훈에게 솔로홈런을 맞았으나, 4회초 공격에서 다시 한 점을 손에 넣으며 4-1로 3점차의 리드를 유지했다.
그런데 경기 중반부터 분위기가 또 이상하게 흘러갔다. 알드레드가 5회말 시작부터 선두타자 손성빈에게 2루타를 허용하더니, 윤동희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스코어는 4-2가 됐다. 그리고 '악몽의 7회'가 재연됐다. KIA는 2점차를 지켜내며 승기를 굳히기 위해 25일 경기의 여파로 장현식과 최지민이 모두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상황에서 불펜을 투입하기 시작했는데, 마운드에 오른 김승현이 이닝 시작과 동시에 최항에게 안타를 맞고, 황성빈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위기 상황이 찾아왔다.
이후 김승현은 윤동희에게 땅볼 타구를 유도하는데 성공했고, 1루에서 2루로 향하던 주자를 잡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KIA는 1, 3루 기회를 타개하기 위해 곽도규를 투입했다. 하지만 KIA의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다. 곽도규가 고승민에게 1타점 내야 안타를 맞더니, 후속타자 빅터 레이예스에게 1타점 2루타를 내주면서 4-4로 균형이 맞춰진 것. 이에 KIA는 김건국 카드까지 꺼내들었으나, 만루에서 나승엽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면서 결국 롯데 쪽으로 흐름을 넘겨주게 됐다.
KIA는 15-15 무승부를 기록한 경기에서 8회초 롯데 김상수를 상대로 동점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도 8회초 공격에서 김상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여기서 KIA는 홍종표가 내야 안타를 뽑아낸 뒤 이창진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1, 2루 기회를 잡는데 성공했다. 25일 경기의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 그런데 박찬호가 친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병살타로 이어졌고, 기대는 순식간에 탄식으로 바뀌게 됐다. 그리고 8회말 공격에서 한 점을 더 내준 결과 역전패로 이어졌다.
이범호 감독이 인정할 만큼 롯데만 만나면 꼬이는 KIA의 대권 도전이 순탄치 만은 않다. 연이틀 불펜이 힘도 쓰지 못하고 무너진 만큼 '마무리' 정해영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 특히 뼈아프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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