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캐즘 몸살' K-배터리 '주춤'…LG엔솔,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보조금 빼면 적자
LG엔솔 이어 삼성SDI·SK온 '휘청'…배터리 3사, 2분기 실적 부진
하반기 전기차 신차 출시 호재 작용 전망…실적개선 기대감 ↑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 실적 개선을 위해 투자 속도 조절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6조1619억원, 영업이익 1953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8%, 영업이익은 57.6% 각각 감소한 수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 4478억원을 제외할 경우 25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도 AMPC(1889억원)를 제외한 영업손실 316억원을 기록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의 경우 메탈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 투입 시차(래깅) 영향과 가동률 약세 지속에 따른 고정비 부담의 영향으로 IRA 세액공제를 제외한 영업손실이 전분기 대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전반적인 전방시장 수요 약세가 실적 악화 주요인으로 꼽혔는데 삼성SDI와 SK온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5조3728억원, 영업이익 3805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5조8406억원·영업이익 4502억원) 대비 각각 8%, 16% 감소가 예상된다.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SK온은 2분기에도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낼 전망이다.
SK온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1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SK온은 2분기에도 3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SK온은 올해 4분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C레벨 임원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하고 올해 분기 흑자전환에 실패할 경우 내년도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2분기 배터리 업계 실적 감소는 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전반적인 전방시장 수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리튬,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원자재 가격에 연동해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경우 원자재 매입 시점보다 배터리셀 판매 시점 가격이 떨어지는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배터리 업계는 하반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기차 신모델 출시 효과에 따른 실적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완성차업체 간 배터리 합작법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탑재한 신모델들이 출시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초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와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저가 배터리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공장의 일부 전기차 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ESS 시장은 단기적으로 수요가 주춤한 전기차 시장과 달리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조원대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미국법인과 총 4.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은 2026년 양산 목표로 LFP 배터리를 개발해 중저가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지난해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저온 성능을 개선한 윈터 프로 LFP 배터리를 선보였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하반기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하는 대목이다. 7월부터 고객 인도에 들어가는 기아 EV3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의 인도네시아 합작공장에서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다. EV3는 이미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한 상황이다. 사전 계약이 시작되는 캐스퍼 일렉트릭 역시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온은 아이오닉 모델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자사 4세대 배터리가 탑재된 데다 미국 조지아2공장을 현대차 라인으로 연내 전환할 예정이다. 또 올해 연말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 신차에도 자사 배터리가 탑재되는 만큼 신차 효과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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