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팀코리아,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
중동에 이어 상업용 원전 본산지, 유럽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원전 생태계 복원 가속화와 원전 최강국 도약
현대차·넥센타이어·두산그룹 수주 일등공신
윤석열 "대한민국 원전 경쟁력, 세계 최고 인정"
[마이데일리 = 이재훈 기자] 우리나라가 프랑스를 제치고 30조원이 투입되는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중동 원전 수주에 이은 15년 만의 유럽 진출 쾌거다.
정부는 17일 밤 8시 50분께(현지시간 13시 50분) 체코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선정·발표했다고 밝혔다. 두코바니와 테믈린 부지에 대형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체코 역사상 최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수자력원자력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코 정부의 결과 발표 직후 "팀코리아가 되어 함께 뛰어주신 우리 기업인들과 원전 분야 종사자, 정부 관계자, 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성태윤 정책실장이 전했다.
산업부와 체코 정부에 따르면 체코 측 총 예상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원), 2기 약 4000억 코루나(약 24조원)이며, 이 중에서 한수원과의 계약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체코 정부가 건설비·예비비 등을 포함해 책정한 총 예상 사업비, 사업자와의 계약금액을 의미하지 않으며 최종 계약액은 협상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주계약자인 한수원은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 정비) 등과 팀 코리아를 구성해 1000메가와트(MW)급 대형원전(APR1000)의 설계·구매·건설·시운전 및 핵연료 공급 등 원전건설 역무 전체를 일괄 공급하게 될 예정이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중동에 이어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원전 본산지인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1982년 유럽형 원전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했다. 영국은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용원전(Calder Hall) 건설한 바 있다.
산업부는 이번 수주가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가 총력전으로 치러진 수주 경쟁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하며, 향후 제3, 제4의 원전 수출로 이어갈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원전 생태계 복원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10기 계속운전 절차 진행 등에 이어, 체코 원전수출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양질의 수출일감이 대량으로 공급되며 국내 원전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과 팀코리아는 어떻게 프랑스를 이겼나
이번 입찰은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의 두코바니 5호기 건설사업 국제 공개경쟁 입찰 공고로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한수원과 함께 EDF(프랑스), 웨스팅하우스(미국)가 입찰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으며, 글로벌 기업 간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올해 1월, 체코전력공사는 에너지 안보와 국익 극대화를 위해 입찰 규모를 당초 1기에서 최대 4기로 확대했고, 4월 수정입찰서를 제출한 한수원과 EDF의 2파전으로 경쟁구도가 좁혀졌다. 양자 대결에서도 유럽 원자력동맹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유럽 원전사업 경험이 많은 EDF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체코 정부는 지난 50여년간 축적된 한국 원전의 경쟁력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하며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했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사업자들만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팀 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2년 4개월에 걸친 수주전이 일단락됐다. 한국 원전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세계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순간이기도 하다.
◇팀코리아 어떻게 꾸렸나...현대차·넥센타이어·두산그룹 수주 일등공신
해외 원전사업은 국가대항전이자 국가 총력전이다. 이번 낭보는 지난 2년여간 한수원과 협력업체, 원자력 학계와 연구기관, 정부 부처 및 지원기관들이 합심하여 노력한 결과물이다.
팀 코리아는 내륙 국가인 지리적 조건과 전력 인프라 등을 고려하여 체코 환경에 최적화된 1000MW급 노형을 제안했고, 2023년 3월, 유럽사업자요건을 취득하여 기술력과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또한 지난 50여년간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능력과 UAE 바라카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경험을 살려 가격, 품질, 납기 3박자 경쟁력을 모두 갖춘 사업계획을 제안했다.
원전업계 뿐만 아니라 체코에 진출한 우리기업들도 힘을 보탰다. 1990년 수교 이후 34년간 쌓아온 한국과 체코 간의 신뢰관계와 국내 진출기업들이 구축해 온 우호적 협력 환경이 이번 수주의 밑거름이 됐다.
현대자동차, 넥센타이어 등 100여개 진출기업들은 체코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으며, 올해 5월 두산과 대우건설은 150여개 현지업체와 함께하는 파트너십 행사를 개최해 체코 원전은 한국 기업과 체코 기업이 함께 짓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대차와 넥센타이어는 체코 외투기업 투자 1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스코다의 경우 세계 3대 스팀터빈사 인수 후 해외매출 증가율이 85%나 됐고, 고용도 1000명을 달성했다.
◇최종계약 내년 3월께…정부, 한수원 중심으로 '협상전담 TF' 출범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원전수출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한수원과 발주사 간 계약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내년 3월경 최종계약에 이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전담 TF’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정부도 민간과 보조를 맞춰 지원을 한층 강화한다. 이를 위해 산업부 장관 주재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개최해 후속조치 추진방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제3, 제4의 원전 수출로 이어져 우리 원전산업이 글로벌 선도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원전수출 전략도 고도화한다. 수출 유망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국가별 맞춤형 수주 마케팅을 추진하는 동시에 신규원전 수주와 원전설비 수출을 병행해 종합 원전수출 강국으로 도약을 추진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분야 협력은 100년 이상의 협력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로서 원전사업을 매개체로 체코와 협력의 폭과 깊이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2025년 한-체코 수교 35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과학기술·산업·에너지 공동 R&D 확대 및 원자력 인력양성 등 유망 협력사업들을 적극 발굴·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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