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지난 20일 LG 트윈스에서 6시즌을 뛰었던 케이시 켈리의 고별식이 치러졌다. 켈리는 물론 하늘도 팬들도 선수들도 모두가 운 슬픈 날이었다.
LG는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켈리와 결별을 택했다.
감동적이었던 켈리의 고별전은 남아있는 외국인 선수 오스틴과 디트릭 엔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2019년 LG와 계약하며 KBO리그 무대에 온 켈리는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첫 해부터 14승을 따낼 정도였다. 지난해까지 5시즌 연속 10승을 달성하며 LG 선발진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조금씩 기량이 하락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10승을 따내기는 했지만 불안함 모습이 많이 있었다. 후반기 들어 살아나면서 재계약으로 이어졌지만 올해는 버티지 못했다.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6월 들어 살아나기는 했으나 구단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때마침 LG가 바라던 선수가 시장에 나오면서 차명석 단장이 급하게 미국으로 날아갔고, 계약을 성사시켰다.
갑작스러운 결별이었다. 전반기가 끝난 후 염경엽 감독은 차명석 단장과 켈리와 시즌 끝까지 가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 새 상황이 급변했고, 결국 켈리와 이별을 결정했다.
구단 최장수 외인으로 활약했던 켈리를 예우하기 위해 구단은 빠르게 고별식 준비에 나섰다. 켈리에게는 20일 경기 등판 여부에 대해 의사를 물어봤다. 원래는 경기에 나서지 않는게 맞다. 하지만 LG는 켈리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켈리는 가족과 논의를 한 뒤 마운드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다.
하지만 날씨의 변덕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3회초 굵은 비가 쏟아졌고, 1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노게임이 선언됐다.
켈리는 그때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선수들 한 명 한 명 인사를 했고, 코칭 스태프와도 포옹을 했다. 선수들은 켈리를 헹가래 쳐주며 예우했다.
그 사이 구단은 고별식을 준비했다. 켈리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이 내야에 펼쳐졌고, 고별식을 진행됐다. 김인석 대표 이사가 기념품을 전달했고, 김현수를 비롯해 임찬규, 오지환, 박해민, 박동원, 오스틴이 차례로 꽃다발을 전달하며 포옹을 나눴다. 켈리는 LG팬들을 향해 큰 절을 했다.
이후 전광판에는 켈리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틀어졌다. 켈리는 아내와 딸, 아들과 함께 지켜봤다. 이후 선수단과 단체 사진을 찍은 켈리는 그라운드를 한바퀴 돌면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고별식을 치른 뒤 켈리는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굉장히 놀라웠다. 아마도 KBO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중 이런 행사를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5년 반 동안 내게 굉장히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말한 뒤 "세리머니가 열린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울지 않으려고 했고, 잘 참았는데 행사를 하니 계속 눈물이 났다. 오늘 날씨가 안 좋았는데, 팬분들이 기다리고 남아주셔서 감사하다. 그 순간은 내 마음 한곳에 특별하게 남을 것 같다. 프런트와 동료들과 고별식을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켈리의 고별식은 남아있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이틀 동안 짧은 시간에 구단에서 많이 준비해서 최대한 예우를 했다"고 운을 뗀 뒤 "아마 엔스와 오스틴에게 많은 영향을 줬을 것이다. 어제 보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KBO에선 처음 있는 일이지 않나. 오스틴과 엔스도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생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스틴과 엔스가 더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선수단에 귀감이 됐으면 하는 사령탑의 바람인 셈이다.
잠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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