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켈리는 레전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LG 트윈스 디트릭 엔스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0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2구,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팀의 6연승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만 만나면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엔스는 이날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1회 경기 시작부터 손호영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으나,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롯데 타선을 묶어내며 경기를 출발했다. 이후 엔스는 정훈과 고승민에게 삼진을 뽑아내는 등 2회말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3회에는 선두타자 손성빈에게 3루타를 허용하면서 큰 위기 상황에 놓였으나, 이어나온 박승욱과 윤동희를 연속 삼진, 전준우를 3루수 땅볼로 묶어내며 무실점 순항을 이어갔다.
타선의 지원이 단 1점에 불과했으나 엔스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4회 손호영을 유격수 땅볼로 묶은 뒤 빅터 레이예스와 정훈을 연속 삼진으로 묶어낸 뒤 5회에는 병살타를 곁들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최대 위기도 극복했다. 엔스는 6회말 윤동에게 2루타, 전준우에게 볼넷, 레이예스에게 내야 안타를 맞아 2사 만루에 봉착했다. 그러나 이때 정훈을 상대로 4구째 151km 직구를 위닝샷으로 던져 삼진을 솎아냈고, 제 몫을 다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엔스가 교체된 후 LG는 8회말 수비에서 동점을 헌납했으나, 9회초 찾아온 찬스에서 김현수가 다시 리드를 되찾는 적시타를 터뜨렸고, 9회말을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올 시즌 최다 연승인 6연승을 질주하게 됐다. 엔스는 아쉽게 승리와 연이 닿지 못했지만, LG의 6연승에 큰 힘을 보탰다.
경기가 끝난 뒤 취채진과 만난 엔스는 "굉장히 치열한 경기였다. 상대 선발 윌커슨도 마운드에서 호투를 펼쳤다. 기본적으로 롯데 타선의 공격력이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던 것이 주효했다. 양 팀 모두 잘 싸운 경기라고 평가하고 싶다"며 "전반적으로 직구도 좋았고, 체인지업도 원하는 대로 잘 들어갔다. 그리고 수비에서 좋은 플레이들이 많이 나와서 위기를 탈출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엔스는 며칠전 LG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된 케이시 켈리에 대한 질문을 피해 가지 못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하는 등 '잠실예수'로 불렸던 켈리는 올해 19경기에 등판해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의 성적을 남긴 끝에 5년 반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한때는 방출을 두고 자신과 경쟁했지만, 그래도 짧지만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가 팀을 떠난 만큼 엔스는 켈리를 품고 마운드에 올랐다.
엔스는 "켈리는 좋은 동료였다. 그리고 내 롤 모델이었다. 많이 보고 싶을 것이다. 슬프지만 오늘처럼 앞으로도 이렇게 잘 던져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하는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켈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떠나는 외국인 선수였던 켈리가 고별전의 기회를 갖고, 선수단을 비롯해 팬들과 뜨겁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는데, 엔스는 "켈리는 KBO리그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고, 많은 기록을 세웠다. 꾸준함의 대명사이기도 했고,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켈리가 KBO리그에서 여러 족적을 쌓아나가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구단이 켈리의 공헌에 감사함을 표한 것도 굉장히 멋있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엔스는 "켈리는 레전드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런 모습이 내게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하루하루 충실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도 켈리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엔스가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짧은 시간 많은 도움을 받은 까닭이다. 켈리는 "시즌 초반 선발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을 비롯해 켈리와 얘기를 많이 했다. 서로 격려도 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시즌 초반에 내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켈리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긍정적인 마음으로 한 경기를 던지다 보면 분명 네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어려움을 이겨내서 시즌을 마칠 때쯤에는 네가 생각하는 퍼포먼스가 나올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 설명했다.
"켈리가 5년 반이라는 시간 KBO리그를 경험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다. 좋은 등판, 나쁜 등판도 했지만, 켈리는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하루하루 집중해서 후회가 되지 않는 모습을 남기는게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앞으로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한 하루하루 주어진 기회에 충실하고, 그러다 보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벌써부터 켈리를 그리워했다.
켈리가 떠난 가운데 이제는 엔스가 새롭게 합류하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에게 많은 것을 알려줄 차례. 그는 "에르난데스에게 켈리가 내게 해준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 에르난데스가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나도 응원할 것이고, 서로 도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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