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2배로 계약서 작성”…금감원, 은행 부동산초과대출 124건 발견

내부통제 부실 사례도 다수 확인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부동산담보대출 점검에서 매매가격·분양가격·임대료 부풀리기 등 초과 대출 의심사례 124건을 발견했다. 대출취급과 감정평가 업무를 분리하지 않는 등 내부통제가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대거 확인했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중소기업 부동산담보대출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운영실태 점검결과’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3월 KB국민·NH농협은행 등에서 부동산 대출 관련 배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4월부터 6월까지 유사사례가 있는지 은행에 자체 점검을 지시한 바 있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1만640건에 대한 표본점검을 한 결과 일부 은행에서 초과대출 124건, 내규 위반 492건 등 의심거래 616건이 확인됐다.

초과대출 의심사례는 매매계약서와 실거래가 불일치, 임대소득‧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과다 산정 등 최근 금융사고 사례와 유사하다. 은행 검사부는 초과대출 의심거래에 대해서는 대출 취급 경위, 직원 고의‧중과실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2차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료 즉시 금감원에 조사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은행 2차 정밀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위법·부당행위를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이번 점검에서 다수 은행은 대출취급과 감정평가 업무 직무 미분리, 담보가액‧LTV(담보인정비율) 과다산정에 대한 통제 미흡 등 여러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은행은 감정평가액이 실제 매매가격을 크게 상회하는 경우에도 검증 없이 담보가액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대출한도가 과다하게 산정됐다. 은행 영업점 대출취급자가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할 수 있어 대출취급자의가치평가를 차단할 직무분리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여신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을 위해 모범규준 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전 은행 공통 개선과제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점검기간 도입된 ‘부동산 감정평가액 점검시스템’이 차질 없이 가동돼 일선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은행별 운영현황을 모니터링한다. 부동산 감정평가 점검시스템에 따르면 은행은 부동산 담보대출 취급시 감정평가액‧매매가격‧대출신청금액을 연계 검증한다. 추가 검증이 필요한 요주의 건에 대해서는 여신심사절차를 중단하고 담당자 소명 요청, 전결권자 확인 후 심사를 재개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효성이 큰 모범 운영사례를 은행권과 공유해 부동산 담보대출 사고예방을 위한 은행권 전반 내부통제 시스템이 더욱 고도화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주 기자 wint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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