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코 앞인데”…티몬·위메프 사태에 여행객 ‘날벼락’

여행업계, 미정산 대금 피해액 1000억원 규모 추산
카드 결제 대행 PG사 결제·취소 차단, 환불도 막혀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큐텐그룹의 자회사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여름휴가를 앞두고 예약한 여행상품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어 소비자와 여행사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에서 예약한 여행상품이 정산 지연으로 인해 취소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당장 내일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이 취소됐다” “환불 계좌 입력 자체가 안되고 고객센터 전화 연결도 어려워 답답하다”는 불만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1000억원 이상의 피해액으로 환불 대란이 불거졌던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8398억원, 3082억원에 달한다. 같은 달 사용자 수는 티몬이 437만명, 위메프가 432만명이다.

티몬 등은 전담조직까지 꾸려 ‘여행’을 핵심 상품으로 판매해온 만큼 티몬·위메프의 여행사 미정산 대금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교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 주요 여행사들은 정산 지연 사태가 심각해지자 22일 티몬과 위메프에서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또 이미 결제한 고객에게 일일이 연락해 여행사에 직접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는 환불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중 결제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여행사 관계자는 “고객 직접 결제로 전환은 하고 있지만 애초에 티몬이 판매한 여행상품들이 과도한 할인이 적용된 상태라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래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결제를 통해 차질 없이 여행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여행사의 피해액이 큰 것은 ‘거래 대금’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통상 여행사는 100만원 상품을 팔아도 몇 만원의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항공사나 숙박시설 등에 정산해줘야 한다.

여행사 전체 매출에 티몬·위메프 판매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피해 금액이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이유다. 연 매출 수 십억원대의 소규모 여행사의 경우 대금 미지급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시 파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미정산 후폭풍이 속에서 큐텐은 내달 새로운 정산 시스템 도입 계획 외에는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23일 큐텐은 제3의 금융기관에 대금을 보관했다가 고객이 구매 확정 시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정산 방식을 8월 중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정산 사태 원인에 대해 업계에서는 긴 정산 주기로 꼽고 있다. 큐텐이 이를 이용해 판매 대금을 인수대금 등에 사용하는 등 ‘돌려막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티몬 인수 후 지난해와 올해 인터파크쇼핑, 위메프 등을 잇달아 인수했으며 3개사 인수 자금은 약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에도 위시, AK몰을 사들이는 등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큐텐의 신규 정산 시스템 도입 카드에도 향후 티몬·위메프 사태는 악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는 PG사와 선정산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은행들도 티몬의 정산 지급 능력에 의문을 갖고 이날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이에 티몬·위메프에서 신용카드 거래는 물론 결제 취소에 따른 환불도 당분간 어려워졌다. 고객은 임시방편으로 티몬에 직접 문의해 계좌이체를 통해 환불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결제가 신용카드로 이뤄지기 때문에 PG사의 철수는 치명적”이라며 “현금 부족으로 정산 지연 사태를 맞이한 티몬은 신용카드 거래가 막혀 거래 규모가 위축돼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방금숙 기자 mintba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