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두산그룹 사업 재편과정서 ‘합병비율’ 공정성 도마 위
두산(-33.58%)·두산에너빌(-9.90%)·두산밥캣(-24.54%)
메리츠증권 두산에너빌 리포트는 “지금이 매수 기회”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합병비율 공정성 논란에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등 관련주들이 요동치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사업 재편에 대한 제동을 걸었다. 두산그룹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가치가 희석돼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을 호재로 분석한 리포트를 내 주주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52주 신고가(26만3500원)를 경신한 두산은 이날 종가 기준 17만5000원을 기록해 최고가 대비 33.5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가가 -9.90%(2만900원→1만8830원), 두산밥캣은 -24.54%(5만4600원→4만1200원) 빠졌다.
두산그룹은 이달 11일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를 3대 축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고 발표했다. 주 내용은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에 있던 두산밥캣을 인적 분할해 두산로보틱스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2336억원, 2395억원을 기록한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144억원의 매출과 78억70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 후 단 한 차례도 적자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두산그룹의 개편안을 살펴보면 기존 두산밥캣 주주는 1주당 두산로보틱스 신주 0.63주를 받게 된다. 두산밥캣 주주 입장에선 저평가된 기존 주식을 버리고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아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합병비율은 현행 자본시장법이 상장기업 합병 시 최근 1개월·1주일 평균종가와 최근일 종가를 평균한 값을 토대로 교환 비율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기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시총은 각각 5조2130억원, 5조5291억원으로 5조원대다. 주당 가격은 5만2000원, 8만5300원이었다.
앞서 지난 24일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및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정정 제출을 요구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 ▲중요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 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등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 두산로보틱스의 증권신고서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산밥캣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두산밥캣 방지법’은 상장기업 간 합병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산술 평균화해 공정한 합병가액 산청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권, 정치권, 투자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에서는 지난 15일 ‘두산에너빌리티, 분할합병: 오해마세요, 좋은 겁니다’라는 리포트를 발간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과 관련해 “떼어주는 두산밥캣보다 받는 두산로보틱스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에 유리한 거래”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7월 11일에는 시장의 오해 탓에 오히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까지(2만890원) 주가가 하락했지만 감자 효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교부가 이뤄지는 11월 25일에는 자산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므로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 종목 토론방에는 ‘주총때 칼부림 날거같은데 이거 괜찮나’, ‘내 투자금 휴지되도 두산 망하길 바란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두산합병에 관련된 것들 천벌 받아라’라는 글들이 올라오며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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