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타자를 안 보려고 한다. 2루타 맞은 걸 까먹고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 신인 우완투수 김윤하(19)는 19세 같지 않은 19세다. 홍원기 감독은 농담삼아 다른 투수들에게 “너희 신인 때보다 낫다”라고 했다. 100% 농담도 아니다. 실제 김윤하의 투구를 보면, 신인같지 않다. 7이닝을 100구 안쪽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소위 말해, ‘갖다 박는’ 스타일이다. 도망가는 공이 없다. 김도영이든 나성범(이상 KIA 타이거즈)이든 신경도 안 쓴다. 제구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가운데로 들어가면 난타를 당한다. 그러나 13일 고척 KIA전처럼 커브가 보더라인 상단을 찍으면 타자들이 말린다.
올 시즌 13경기서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6.15. 기복이 심하지만, 3월29일 NC 다이노스와의 데뷔전 5볼넷을 제외한 12경기서 경기당 3사사구 이상 허용하지 않았다. 홍원기 감독은 김윤하의 공격적인 투구, 경제적인 투구를 높게 평가해 계속 기회를 준다. ‘전반기의 히어로’ 김인범을 제치고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홍원기 감독은 “어린 나이답지 않다. 표정관리가 아니라, 표정이 없다. 위기서 본인의 투구를 할 줄 아는 선수다”라고 했다. 정작 김윤하는 “처음부터 7이닝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나간 적도 없다. 그냥 한 타자, 한 타자 상대한다. 2군에서부터 긴 이닝을 던지는 체력을 만들었고, 코너, 상하로 던지는 연습도 많이 했다”라고 했다.
포크볼과 커브의 품질이 꽤 좋은 편이다. KIA전서는 커브로 재미를 봤다. 투구수 절약의 또 다른 이유. 김윤하는 “고등학교 때부터 커브도 포크볼도 자신 있었다. 요즘 커브가 잘 들어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점수를 많이 준 날은, 욕심이 생겨서 안 맞으려고 피하는 승부를 한 것 같다. 맞고 나니까 나한테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빠르게 승부하는 게 좋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넣고 하는 게 긴 이닝을 끌고 가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KIA 타선은 리그 최강이다. 그러나 김윤하는 “전혀 신경을 안 썼다. 1등 팀이니까 경기 전날엔 조금 걱정도 했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 자신감이 생겼다. 타순이 1~2바퀴 돌면 볼배합을 다르게 해보라고 해서, 바꾸는 정도”라고 했다.
진짜 그랬다. 경기초반 박찬호에게 맞은 1타점 2루타가 아쉬울 법했지만, 다시 박찬호를 상대할 때 그 사실을 망각했다. 김윤하는 “타자를 안보는 편이어서 전 타석에 맞았던 걸 까먹었다”라고 했다. 심지어 김도영이 “직구 힘이 구속에 비해 꽤 있었다고 생각하고, 실투가 많이 안 들어오더라. 투수가 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음에도 굳이 오버해서 감격하거나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윤하가 애버리지가 확실한 투수가 아니다.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 주목할 선발투수임에는 틀림없다. 홍원기 감독은 “한 경기 잘 던지고 못 던졌다고 어떤 평가를 내릴 상황은 아니다. 선발투수로 크는 과정이다. 과정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 게임을 거듭할수록 계산이 서는 그런 과정이긴 하다”라고 했다.
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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