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호령이 긴장한다. 고종욱은 여전히 2군에 있다. 두 사람의 장점을 합쳐 놓은 슈퍼백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정우(26)는 하루아침에 1군에 발탁된 선수가 아니다. 전임감독도, 이범호 감독도 재능을 일찌감치 눈여겨봤다. 급기야 올 시즌 김호령의 롤을 사실상 대체한 상태다. 베테랑 3할타자가 1군에 올라오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박정우는 올 시즌 53경기서 42타수 13안타 타율 0.310 7타점 11득점 OPS 0.785다. 2023시즌 퓨처스리그에서 32도루로 도루왕에 올랐지만, 올 시즌 박정우는 단 1개의 도루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팀에서 원하는 걸 알고 움직인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박정우의 롤은 수비다. 어깨는 주전 외야수들까지 통틀어도 가장 좋다. 타구판단능력도 좋다. 종합적 완성도에서 김호령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여기에 주자로 나가면 공격적인 주루를 한다. KIA 타선이 워낙 좋아 무리하게 단독 도루를 할 이유가 없다. 이범호 감독도 굳이 부상 위험이 크고 체력 소모가 큰 도루를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지난 8월 초 대전에서 인터뷰를 했을 때, 5월2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태그업 판단 미스르 영원히 가슴 속에 파묻고 경기에 나선다고 했다. 그리고 기회가 오면 타격도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을 냈다. 확실히 타격이 일취월장했다. 볼륨과 표본이 떨어져도, 타율 3할을 무시할 이유도 없다.
박정우는 4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서 모처럼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8회말 2사 1루서 한화 선발투수 라이언 와이스의 150km 패스트볼이 낮게 깔려 들어왔으나 차분하게 밀어서 좌전안타를 생산했다. 10회말에도 1사 1루서 박상원의 초구 체인지업을 가볍게 밀어 좌선상안타를 쳤다.
공수주를 두루 갖춘 슈퍼백업으로 진화 중이다. 좌투수와 우투수에게 똑같이 타율 0.333인 것도 고무적이다. 단,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포심과 포크볼에 다소 약하다. 낙차 큰 궤적의 변화구는 자꾸 상대해봐야 면역이 생긴다.
그동안 KIA 외야 백업은 타격이 좋은, 특히 대타로 나가면 더욱 강한 고종욱과 수비력과 주력이 좋은 김호령이 주요 멤버였다. 그러나 고종욱은 수비력이 약하고, 김호령은 공격력이 약하다. 박정우는 두 사람의 단점을 완벽하게 커버한다. 아무래도 엔트리 관리 차원에서, 박정우를 쓰는 게 이득이다. 올 시즌 김호령과 고종욱의 활용도가 다소 떨어진 이유다.
여기에 공수밸런스가 좋은 이창진은 출루율이 좋다는 특장점이 있다. 박정우보다 수비력은 조금 떨어져도 타석에선 좀 더 노련하다. 앞으로도 스페셜리스트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엄밀히 말하면 박정우와 방향성은 다르다.
즉, 박정우가 앞으로 KIA 외야 백업의 실질적 1인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주전 도약의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지금 주전 외야수들이 평생 주전을 하는 건 아니다. 박정우에겐 젊음이란 무기도 있다.
KIA로선 박정우가 포스트시즌서 1경기라도 팀에 결정적 보탬이 되면 대성공이다. 혹시 KIA의 가을야구에 신스틸러가 나타난다면, 박정우일 가능성이 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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