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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역시 일본 최고의 재능임은 분명해 보인다. 사사키 로키가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넣음과 동시에 치바롯데 마린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사사키는 1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의 라쿠텐모바일마크 미야기에서 열린 2024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투구수 108구, 5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10승째를 손에 넣었다.
지난 2022년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뒤 2023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당시의 업적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사사키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했다. 빅리그 입성 욕심히 강했던 사사키는 2024시즌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직전까지 연봉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는데, 이 행동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단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고, 국제 아마추어의 계약의 경우 일반적인 포스팅 시스템과는 달리 큰 계약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사키의 무리한 요구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사사키는 캠프 출발 직전 극적으로 2024시즌 연봉에 도장을 찍었으나, 그동안 사사키에게 호의적이었던 언론과 팬들 모두가 등을 돌렸고, 그야말로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이에 사사키는 빅리그 진출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는 대신 '풀타임' 시즌을 외쳤다. 건강을 증명하고, 치바롯데의 우승을 이끈 뒤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사키는 시즌 초반부터 피로회복과 손가락, 상반신 문제 등으로 인해 두 달이 넘는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대치가 바닥을 찍어가던 중 사사키가 지난 8월 드디어 공백기를 깨고 마운드로 돌아왔고, 위력적이었다.
사사키는 복귀전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되는 등 본격 치바롯데의 포스트시즌 경쟁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특히 1일 라쿠텐과의 맞대결은 치바롯데의 가을야구를 확정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 '압권'이라는 단어 하나가 사사키의 투구를 대변할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마치 2022시즌을 연상캐 만드는 피칭이었다.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사사키는 1회초 선두타자 오고 유야를 2루수 땅볼, 코부카타 히로토를 삼진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은 뒤 타츠미 류스케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아사무라 히데토에게도 연속 안타를 맞으며 1, 3루 위기에서 폭투로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줬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야스다 유마를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은 사사키의 투구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사사키는 2회 이토 유키야를 154km 직구로 삼진 처리하더니, 와타나베 요시아키와 무라바야시 이츠키를 모두 땅볼로 돌려세우며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그리고 3회에도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뜬공 2개와 땅볼 1개로 무실점을 마크한 사사키는 4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맞았던 아사무라를 삼진 처리하는 등 두 번째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5회에는 라쿠텐의 하위 타선을 상대로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승리 요건을 손에 쥐었다.
6회말 수비에 들어서기 전 투구수가 61구에 불과했던 사사키는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랐고, 라쿠텐의 1~3번 타자들을 깔끔하게 요리했다. 이어 7회 중심 타선도 완벽하게 봉쇄하며 4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 막판 찾아온 가장 큰 위기도 넘겼다. 사사키는 8회 와타나베와 오고에게 안타를 맞으며 2사 1, 3루 위기에 몰렸는데, 결정적인 상황에서 코부카타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웠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무결점 투구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지난 2022년 오릭스 버팔로스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뒤 처음으로 9이닝을 책임지며 완투승을 손에 넣은 사사키는 이날 승리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치바롯데는 사사키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바탕으로 퍼시픽리그 4위 라쿠텐과 격차를 5경기로 벌려냄과 동시에 2년 연속 클라이맥스 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직전 등판에서는 훌륭한 투구를 펼치고도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사사키는 이날 투구에는 만족을 하는 모양새였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 등에 따르면 사사키는 경기가 끝난 뒤 "선취점을 내줬지만, 타선이 역전을 해줬다. 어떻게든 그 점수를 지킬 수 있어서 좋았다"며 "투수 코치님께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서 '9회까지 가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당연히 마운드에 올랐다"고 미소를 지었다.
직전 경기가 끝난 뒤 '다음 경기는 내 힘으로 이기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증명한 사사키는 "올해 야수에게 도움을 받는 경기가 많았기 때문에 정말 감사하다. 중간 투수들도 그동안 리드를 잘 지켜냈고, 노력해 줬다. 그 덕분에 10승을 할 수 있었다"며 "3위이지만, 일본시리즈에 올라가서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사키의 바람대로 일본시리즈 우승을 견인한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의 길도 열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치바롯데가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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