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넷플릭스 영화 '전,란' 리뷰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재밌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 박찬욱 감독이 넷플릭스와 함께하는 첫 한국영화로, 제작과 각본에 참여했다.
돈값한다. 오직 '전,란'만을 위해 결제했더라도 넷플릭스 구독료가 아깝지 않다. 7년의 임진왜란 그 자체보다는 전후를 그리며 한양의 풍요로움과 참혹함을 꼼꼼히 담았다. 의상부터 엑스트라, 사소한 소품까지 쏠쏠하게 볼 맛이 난다. 커다란 스크린에 펼쳐진 '전,란'에는 요모조모 볼거리가 가득하다.
포인트는 역시 액션이다. 폼나고 스타일리시하지만 마냥 화려하지는 않다. 분명 눈을 사로잡지만 번쩍번쩍 재빠른 액션만은 아니다. 되려 묵직하다. 어설픔은 찾아볼 수 없고 함께하는 음악은 완성도를 더 한다. '챙'하고 검이 부딪힐 때마다 절로 미소가 따라온다.
종려와 천영의 연결고리가 검술이기에, 액션과 함께 이들의 서사가 그려진다. 그 때문에 다소 둔한 이들이라도 강동원이 휘두른 장검의 궤적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종려와 천영의 진한 서사를 짚어볼 장치로 짜릿함을 부른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반복됨과 지루함이 될 수도 있겠다.
종놈이 된 강동원은 놀랍게도 찰떡이다. 강동원의 비주얼은 이번에도 역시 아름답지만 '종놈 천영'에게 이질감을 주진 않는다. 그를 의식할 틈도 없이 이야기를 이끌며 홀린 듯이 따라가게 만든다. 정신을 차려보면 '검을 든 강동원은 역시 무적'이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종려의 나약함은 칼 끝에 분노가 실렸어도 여전하다. 애매하기에 이해 가고, 그렇기에 가여운 종려를 박정민이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그런 천영과 종려 사이 흐르는 미묘한 감정, 관계성이 놓칠 수 없는 포인트임은 분명하다. 이들이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온 우애와 깊은 친밀감과 감정의 골, 특별한 애정은 흥미롭다. 다만 섬세하기보다는 툭, 툭 무심한 척 크게 던져놓는다. 과연 이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증을 부른다.
극 말미, 해무 속에서 천영과 종려, 겐신(정성일)이 펼치는 세 명의 액션이 단연 백미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해가 지는 가운데 이리저리 상대가 바뀌고, 그 속에 검이 오가는 맛이 확실하다. 칼 끝에 담은 것이 모두 다른 세 사람이기에, 그 결과가 예측되더라도 아쉽지 않다.
정여립의 대동계로 시작한 '전,란'의 이야기는 결코 갈피를 헤매지 않는다. 꿋꿋하고 곧게 일직선으로 차분히 발걸음을 옮긴다. '전,란'의 끝에 다다르면 처음과 끝을 관통한 메시지에 '탁!'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러닝타임이 조금 길게 느껴지지만 막상 뺄 것을 꼽기는 힘들다. 청소년 관람불가이기에 다소 잔인하지만 동시에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도 함께다. 겐신 역의 정성일은 '왜놈이 이래도 돼?'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멋지다. 당차고 아름다운 우리의 미래 범동 역의 김신록이 훌륭하다. 차승원의 자아도취 무능한 선조, 진선규의 고지식하지만 그렇기에 가치 있는 김자령도 알차다.
11일 공개. 상영시간 126분, 청소년 관람불가.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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