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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거울 셀카 찍어서 아내에게 보내줬어요"
류중일 감독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첫 훈련을 실시했다. 아직 28명으로 구성된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구자욱이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 승선이 불투명한 가운데 선수단을 하나로 모아줄 '캡틴'의 역할을 송성문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송성문에게 주장 역할은 그리 낯설지 않다. 올해 6월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에서 김혜성으로부터 주장을 넘겨받으며 리더십을 증명했다. 특히 성적이 좋았던 선수들도 주장의 중책을 맡을 경우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송성문에게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송성문은 올해 142경기에 출전해 179안타 19홈런 104타점 88득점 21도루 타율 0.340 OPS 0.927을 기록했다. 홈런 1개가 부족해 20-20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지만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달게 됐다.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게 된다는 소식은 언제 접했을까. 24일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송성문은 "오리엔티에션을 하고 출발하기 전에 미팅을 했는데, 그때 류지현 수석코치님께서 '소속팀에서 주장도 했었고, (감독님께서) 맡아주시길 원하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송성문은 기회가 될 때마다 대표팀 승선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올 시즌의 퍼포먼스를 매년 꾸준히 선보일 수 있다면, 기회가 계속해서 찾아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변 없이 송성문은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고, 내친김에 주장까지 맡았다.
송성문은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는데 기분이 좋아서 거울 셀카를 찍어서 아내에게 보내줬다"고 미소를 지으며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장까지 하게 된 것은 믿고 맡겨주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가 처음인데, 확실히 책임감이 큰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송성문은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물음에 "대표팀은 워낙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모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과 친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아직 합류를 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지만, 10개 구단 선수들이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친해져야 야구장에서 케미가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주장은 경기 내적인 것보다 외적으로 선수들의 불편한 점을 대변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다들 기량이 좋기 때문에 친하게만 지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주장을 맡게 됐다는 것은 멤버가 최종 28명으로 추려지더라도 낙마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송성문은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송성문은 '류중일 감독님이 4번 타자를 찾고 있다'는 말에 "일단 최종 엔트리에 드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선발 라인업에 포함이 돼야 한다. 이런 계단식 목표가 있기 때문에 4번 타자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내가 훈련이나 연습경기에서 좋지 않으면 (최종 명단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은 단연 3루다. 올해 KBO리그 역대 두 번째이자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대표팀 경험이 적지 않은 문보경(LG 트윈스)에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김영웅(삼성 라이온즈)까지 있다. 하지만 송성문의 가장 큰 장점은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송성문은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특히 2루수의 경우 송성문에겐 제2의 포지션과도 같다. 따라서 송성문은 대표팀에서 2루수를 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송성문의 두 번째 장점은 가을에 강하고 많은 관중 앞에서도 강하다는 점이다. 그는 "만원 관중 때 잘한 기억이 많다. 고조된 분위기를 기피하지 않는 편"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올해 2루수로도 조금 나왔고, 1루수로도 시즌 때 많이 나갔다. 시켜주시는 포지션이 있다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오늘(24일)은 2루에서 수비 연습을 많이 했다.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35인 안에 들었다는 게 내겐 너무 감사한 일이다. 남은 기간 동안 정말 후회 없이 하는 것이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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