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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배우 김수미가 우리 곁을 떠났다. 향년 75세. 이 가운데 고인이 생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냈던 '가상의 마지막 하루'와 직접 촬영했던 영정 사진이 뭉클함을 자아내고 있다.
김수미는 2018년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서 스무 번째 사부로 출연해 "우리가 태어나는 건 내 의지가 아니지 않냐. 죽음도 내 의지는 아니지만 나는 이제 70대니까 이대로 가면 길이 보인다"며 "내가 만약 오늘 하루만 살고 간다면"이라고 가상의 마지막 하루를 보냈다.
김수미는 "우리 시골집이 한옥이었다. 나는 유년시절이 제일 행복했나 보다. 그 시절이 가고 싶고 좋다"며 마지막 하루를 보낼 곳으로 한옥을 택했다. 또한 중학교 때부터 쓴 일기장을 "내가 오늘만 산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하고 싶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내 치부일 수도 있다"며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2016년 작성한 일기에는 김수미가 자신의 마지막을 상상하며 쓴 글이 담겼다. 김수미는 "내 장례식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밥 먹이고 택배 보내고 싸주고 혹시 돈 빌려주고 혹은 그냥 준 사람들은 올까. 난 조의금은 받을 거다. 내 절친들은 안 받았다"며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김수미는 "이때 하고 지금하고 재산이 좀 불어서 (조의금을) 안 받을까도 생각 중"이라며 너스레를 떨더니 "너희는 정말 못 느낄 거다. 한두 달 전에 옷을 정리하지 않나. 가을에도 입고 봄에도 입는 예쁜 블라우스가 있다. 그걸 넣다가 다시 꺼내서 '내년 봄에 내가 이걸 또 한 번 입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왜냐하면 내가 2년 전에 내 동료들의 죽음을 많이 봤다. 작년에 정말 친한 친구가 죽었다. 그런 걸 느꼈을 때 '아, 나도 확실히 죽는다'라는 걸 느끼는 거다"며 "그런데 내가 처녀 때 일기를 읽었다. 그때 보니까 아련히 생각나면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이라는 시가 있다. 내가 반성이 된다"라고 일기 쓰는 습관을 권했다.
이후 김수미는 가상의 마지막 한 끼로 고구마밥과 김치를 먹은 뒤 "너희가 내 영정사진을 찍어달라"며 "나는 일반영정 사진이 아니고 아름답게 멋있게 찍을 거다. 너희가 찍은 걸 정말 내가 영정 사진으로 쓰겠다"라고 청했다.
그러면서 "어느 장례식장에서도 볼 수 없는 영정사진이면 한다. '죽을 때까지 사고 치고 가는구나' 이런 느낌. 와서 꽃을 헌화하고 사진 딱 봤을 때 웃을 수 있으면 한다"며 "장례에 곡이 있지 않나. 그런 게 전혀 없이 예를 들면 '징글벨, 징글벨'하면서 웃으며 '갔구나', '우리는 김수미를 잠시 기억하자'하고 그렇게 보내주면 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김수미는 순백의 하얀 드레스와 긴 베일을 쓰는 등 자신의 스타일을 듬뿍 담아 영정사진을 찍으며 "70살이 넘고 나이 차서 맞는 죽음은 우리가 즐겁지는 않지만 받아들이자고. 나는 배우고 독특한 돌아이였으니까 장례식도 돌아이로 가자. 자유롭게. 그러니까 영정사진이라는 생각을 버려라"라고 소신을 밝혔다.
특히 붉은 단풍 배경으로 검은 모피코트와 핫핑크 드레스 차림을 하고는 "굳이 검은 옷 입고 칙칙한 옷을 입고 할 필요가 없다. 장례식장에 사진을 바꿔놓을 거다. 명을 다해서 갈 때 돼서 가는 사진을 밝아도 좋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거다. 누구나 죽지 않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김수미는 25일 오전 심정지 상태로 서울성모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사망 원인은 고혈당 쇼크로 알려졌다. 향년 75세. 빈소는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 특 6호실이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11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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