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선수였구나…”
KIA 타이거즈 상남자 포수 김태군(35)은 지난달 28일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동료들을 껴안고 한참 울었다. 김태군의 눈물은 그간의 서러움을 털어내고 우승포수로 올라섰다는 기쁨과 함께, 남몰래 흘려온 땀의 결실이었다.
김태군은 지난달 28일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그동안 저평가 받은 것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나 포수에 대한 주인의식은 잃지 않고 달려왔음을 고백했다. “어렸을 때부터 포수를 시작하고 제일 많이 들은 얘기가 ‘포수 한 명이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태군은 “똘똘한 포수 한 명이 있으면 우승할 수 있다고 배웠다. (후배 포수들이)포수라는 포지션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장비차고 하는 것.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김태군은 똘똘한 포수로 인정받기 위해 부산고 시절부터 LG 트윈스에 입단하면서부터 남몰래 많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프로 입단하고 한 3개월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선수였구나. 내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포수들보다 특별한 걸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게 캐칭 연습”이라고 했다.
우선 포수로서 기본기를 튼튼히 다져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김태군의 저연차 시절을 아는 한 관계자도 인정했다. LG 트윈스,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를 거치면서 대부분 백업으로 시간을 보냈다. 노력에 비해 주전으로 나갈 기회가 많지 않자 이 관계자 역시 “(김태군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다른 팀으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라고 했다.
그렇게 김태군은 30대가 된 뒤 건실한 수비형 포수로 거듭났다.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 재개 당시 6회초 무사 1,2루 위기 극복은 김태군의 작전수행능력과 수비력, 투수 및 내야 리드 능력이 종합적으로 발휘된 장면이었다.
그러나 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타격까지 갖췄다. KIA에 이적한 작년엔 밀어치는 요령을 완전히 깨우쳤고, 올해도 유독 만루에서 강할 정도로 한 칼을 갖춘 선수가 됐다.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에 괜히 “만루 찬스가 내게 오면 좋겠다”고 말한 게 아니었다. 실제 한국시리즈 4차전 만루포로 결실을 맺었다.
김태군은 비 시즌이면 장갑 등 장비를 모교나 유소년 선수들에게 보내는 등 남몰래 선행을 아끼지 않는다.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포수 클리닉을 열기도 했다. 그런데 ABS의 영향으로 포수들이 캐칭 훈련을 등한시한다며 아쉬워했다.
김태군은 “나도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어른이 행동을 잘 해야 아기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야구도 베테랑이 기본적인 플레이를 잘해야 밑에 있는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더 밑에 있는 어린 선수들이 캐칭 연습을 안 한다? ABS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 이게 정말 맞는 것인가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의 땀으로 겨루는 종목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포수라는 포지션이 이렇게 아무런 의미 없는 포지션이 됐나 싶다. 너무 아쉽다. 직업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다. 기계가 너무 접근했다. 저는 좀 반대”라고 했다. 우승포수, 여기까지 누구보다 죽을 힘을 다해 달려온 김태군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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