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기대에 걸맞게 노력하겠습니다"
윤동희는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진행된 쿠바 대표팀과 평가전에 우익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3사사구를 기록했다.
태극마크만 달면 그야말로 펄펄 날아오르는 윤동희가 아닐 수 없다. 윤동희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당시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의리(KIA)를 대신해 대표팀에 깜짝 승선했다. 류중일 감독은 대회에 앞서 우타자 자원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6경기에서 10안타 1홈런 6타점 타율 0.435 OPS 1.196으로 펄펄 날아올랐고, 사령탑의 고민을 지움과 동시에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맛봤다.
이후 행보는 승승장구의 연속이었다. 윤동희는 2023시즌이 끝난 뒤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았고, 올 시즌에 앞서서도 팀 코리아로 발탁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 선수들과 맞붙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올해 141경기에 출전해 156안타 14홈런 85타점 97득점 타율 0.293 OPS 0.829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냄과 동시에 다시 한번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1일 열린 쿠바 대표팀과 첫 경기에서의 성적은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아쉬웠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오랜 공백기의 여파가 컸다. 그러나 감을 되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첫 번째 경기와 달리 중심 타선에 배치된 윤동희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쿠바의 바뀐 투수 라이몬드를 상대로 2B-0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형성되는 147km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윤동희가 친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았고, 비거리 122m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이어졌다. 비록 평가전이지만 이번 류중일호에서 첫 아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타석에서 안타는 나오지 않았으나, 윤동희는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냈고, 세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뒤 4~5번째 타석에서 모두 몸에 맞는 볼로 출루, 4출루 경기를 완성한 뒤 대주자로 교체됐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윤동희는 홈런에 대한 소감을 묻자 "시즌이 끝나고 경기 경험이 없다 보니, 첫 경기에서는 적응이 필요했다. 그때의 피드백을 통해 오늘은 직구 타이밍에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임했는데, 홈런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홈런을 쳤지만 '타격감' 이야기에 윤동희는 단호했다. 그는 "감이 좋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 한 달 정도 경기를 치르지 않은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 경기에서는 스트라이크존도 잡히지 않았고, 타이밍도 안 맞았다. 그래도 경기를 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한 결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다만 아직 감이 좋다고 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시작부터 홈런을 터뜨리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으나, 네-다섯 번째 타석에서 사구를 맞았다. 현재 류중일 감독은 쏟아지는 부상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합숙 훈련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손주영과 구자욱이 부상을 당하더니, 원태인에 이어 이강준, 김지찬이 모두 낙마했다. 그렇기 때문에 윤동희의 사구는 더욱 아찔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현재 상태는 어떨까. 그는 "두 대를 맞았는데, 첫 번째는 왼쪽 손등이고, 두 번째는 오른쪽 전완근이다. 네 번째 타석에서는 보호대를 스쳤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보호대가 없었다"면서도 "괜찮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동희는 김지찬에 대한 이야기에 "같은 선수로서 함께 할 수 없어 속상하다. (김)지찬이 형이 빨리 나아서 내년 시즌을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은 선수들이 경기를 이끌어 나가야 되는 만큼 책임감도 생긴다. 하지만 책임감을 부담으로 느끼진 않겠다. 나 말고도 세 명의 외야수가 있기에 믿고 잘 지켜봐주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중일 감독은 쿠바와 평가전에 앞서 선수들의 떨어진 경기 감각을 우려했는데, 2차전이 끝난 뒤에는 너무 페이스가 빠른 것을 걱정했다. 그만큼 타자들이 생소한 투수들의 볼에도 빠른 적응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윤동희는 "오히려 처음 보는 투수일수록 더 과감하게 치려고 한다. 전력 분석에 대한 정보는 있지만, 내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에서는 더욱 초구에 무조건 나갈 수 있게끔 초점을 맞춰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지난해부터 본격 세대교체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윤동희, 김도영을 비롯한 2003년생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윤동희는 "(김)도영이는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잘했다. 하지만 아직 같은 나이대 친구들이 대표팀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좋게 봐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이고, 그 기대에 걸맞게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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