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주요 금융지주, 밸류업 계획 상 RWA 관리 필요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최근 은행권이 공격적으로 늘렸던 기업대출을 조이고 있다. 금융지주가 CET1(보통주자본) 비율에 연계한 밸류업 계획을 제시하면서 RWA(위험가중자산)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가계대출 규제로 뜨거워졌던 기업대출 경쟁이 한풀 꺾이면서 인터넷은행은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3분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171조721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 줄었다. 중소기업 대출에서만 3조4610억원 중 3조3210억원을 줄였다. 하나은행은 8년 만에 기업대출 축소에 나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영업점과 RM(기업금융전담)에 수익성이 낮은 기업대출 확대를 지양하고, 건전성 관리 등 기업금융 정상화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을 축소한다. 연말까지 ‘그룹장 여신금리 전결권’을 중단하고 KPI(성과평가지표)도 10월 말까지의 기업대출 잔액으로만 평가하기로 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자본비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밸류업 계획에 따른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말까지 은행의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가계부채 확대에 제동을 걸면서 은행권에서는 올해 내내 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지주가 모두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의 성장을 내걸면서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졌다. RWA 산정 시 가계대출에서 비중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 있어 위험도가 낮으나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커서 더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인터넷은행에겐 기업대출을 늘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은행들과 달리 아직 몸집이 작아 밸류업 부담감이 적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과 달리 주주환원보다 성장에 중점을 둔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시할 계획이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상반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밸류업 공시는) 기존 은행권과 달리 성장이 키워드가 돼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아직 상장을 하지 않아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조5000억원을 넘겼다. 2023년 말 1억원을 달성한 지 약 8개월 만에 50% 이상 성장한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내년에는 개인사업자 대상 1억원 초과 신용대출, 사업자 담보대출 등을 출시해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역시 올해 중소기업 대출 성장세가 가팔랐다. 케이뱅크의 기업 대출액은 올해 상반기 1조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4일 삼성카드, 신한카드와 손잡고 개인사업자 대출 심사에 사용할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양영태 케이뱅크 리스크관리실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영역의 대안신용정보를 활용해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아직 없는 토스뱅크는 중소기업 대출에 가장 열을 올리는 중이다. 토스뱅크의 상반기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조6344억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조6345억원으로 인터넷은행 중 가장 많다. 8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용보증기금 방문 없이 대출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이지원 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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