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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3년 20억원의 옵션을 포기한 허경민이 다시 한번 시장의 평가를 받기 위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다. '종신 두산 베어스'를 선언했던 가운데, 허경민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지난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허경민은 2012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2014년부터 본격 주전으로 도약, 2020시즌이 끝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손에 넣은 뒤 4+3년 총액 85억원에 두산과 재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 세부 내용은 4년 계약금 25억원, 연봉 40억원으로 총 65억을 받은 뒤 3년 20억원의 선수옵션이 포함돼 있었다.
2020시즌 커리어에서 두 번째로 좋은 시즌을 보냈던 허경민은 FA 계약을 맺은 직후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21시즌 136경기에 출전해 130안타 5홈런 59타점 타율 0.278 OPS 0.703을 기록했고, 2022시즌에는 121경기에 나서 125안타 8홈런 60타점 타율 0.289 OPS 0.758로 공격 지표를 조금씩 끌어올렸으나,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그리고 작년에도 7홈런 타율 0.268 OPS 0.703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선수 옵션을 발동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두산에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올 시즌은 조금 달랐다. 역시 FA 로이드의 힘이었을까. 허경민은 부상 등으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진 못했으나, 시즌 초반 리그 타율 1위를 질주하는 등 115경기에 출전해 129안타 7홈런 61타점 타율 0.309 OPS 0.811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하더니, 3년 20억원의 옵션을 포기하고 FA 시장에서 다시 한번 가치를 평가받기로 결정했다.
허경민은 올 시즌 중 두산 팬들의 트럭시위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며 '종신 두산'을 선언했는데, 어쩌면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FA를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두산이 남지 못할 이유는 없다. 두산이 기존의 3년 20억원의 옵션보다 더 나은 조건을 허경민에게 건넨다면, 허경민은 현역 시작과 끝을 두산에서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면, 결별하는 그림도 만들어질 수 있다.
일단 스토브리그는 뜨겁다. 최정이 지난 6일 4년 보장 11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고, 7일 심우준이 4년 총액 50억원의 계약을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는 등 스토브리그가 뜨겁게 달아 오르면서, 허경민 또한 3년 20억원보다는 더 큰 규모의 계약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허경민이 두산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이다.
FA 계약을 맺은 이후 4년 동안 허경민이 남긴 성적은 502경기에서 499안타 27홈런 타율 0.286 OPS 0.743으로 조금은 아쉬웠던 까닭. 클러치, 컨택 능력을 비롯해 수비력이 좋은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4년 동안 평균 OPS가 0.750에도 미치지 못한 30대 중·후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허경민에게 거액을 투자할 구단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현재 두산에는 허경민의 공백을 메울 만한 자원이 많지 않다. 올 시즌에도 허경민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당시 여러 선수를 3루 자리에 기용했지만, 마땅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허경민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을 찾거나, 육성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때문에 허경민의 잔류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단 이승엽 감독은 말을 아꼈다. 지난해 이승엽 감독은 마무리캠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양석환, 홍건희와 계약에 대한 물음에 잔류를 희망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6일 이천 마무리캠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남에서 FA 선수들에 대한 질문에 "FA 선수들은 전적으로 구단에 일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령탑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현재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 협상을 잘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나는 이천에서 내년에 어떻게 더 좋은 팀을 만들지, 이 어린 선수들을 한 명이라도 1군 무대에서 더 보고 싶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은 다음주부터 허경민을 비롯한 '집토끼' 김강률과 만남을 갖고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종신 두산'을 선언했던 허경민이 약속을 지키고, 3년 20억원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새로운 계약을 맺으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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