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매 국제대회에서 대만에게 패할 때마다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참사'다. 하지만 이제 참사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대만을 만날 때마다 어려운 경기가 반복되는 것이 대한민국 야구의 현실이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의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개막전 대만과 맞대결에서 3-6으로 무릎을 꿇었다.
일본과 대만, 호주, 도미니카공화국, 호주까지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기는 바로 개막 대만전이었다. 냉정하게 조 2위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까닭이다. 이에 류중일호는 고영표를 일찍부터 선발로 낙점한 뒤 개막전이 열리기 전날(12일)까지 선발 투수를 공개하지 않으며 철통 보완을 작전을 펼쳤다.
반면 대만의 선발은 이미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만났던 린위민이 매우 유력한 상황으로, 류중일호 입장에서는 경기를 준비하기가 비교적 편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선발 고영표가 2회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면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대만의 천천웨이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맞았다. 초구에 선택한 체인지업에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고영표는 후속타자 린리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위기는 이어졌고, 이번에는 천제슈엔을 상대로 던진 2구째를 공략당해 우월 투런홈런까지 맞으면서 점수차는 순식간에 0-6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승기가 기울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대만 선발 린위민을 상대로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던 한국은 4회초 김도영과 박동원이 연속 적시타를 터뜨리며 다시 경기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결과에 변함은 없었다. 대만은 한국이 추격을 해오자, 린위민을 4⅔이닝 만에 강판시키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한국은 다시 대만 마운드 공략에 애를 먹기 시작했고, 7회초 대타로 출전한 나승엽이 비디오판독의 도움을 통해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간격을 3점차로 좁혀냈으나, 끝내 흐름을 뒤집지 못하고 3-6으로 패했다.
충격적인 패배긴 했지만, 참사는 아니었다. 이미 한국의 야구 수준이 대만에게 다 따라잡혔다는 것을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경기에서 린위민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0-4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인해 결승까지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이후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린위민을 상대로 경기 초반부터 2점을 뽑아내며 '대회 4연패'라는 역사를 만들어냈으나, 경기력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가 끝난 뒤 류중일 감독은 대만의 수준에 혀를 내둘렀다. 귀국 과정에서 취재진과 만난 류중일 감독은 "나이 제한도 있고, 전력도 조금 약했다. 팬분들께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하셨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면서도 "일본은 역시 사회인 야구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잘 돼 있는 팀이고, 대만은 과거 약 7~10년 전보다 투수력, 수비력, 타격이 한 층 더 올라온 기분이다. 앞으로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경계했다.
이어 류중일 감독은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KBO리그를 보면 수비에서 실책이 많이 나온다. 주루 플레이에서도 미스가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런 것을 점점 줄여나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이번 프리미어12 소집 훈련 중에도 "대만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선수였을 때, 코치였을 때, 감독으로 볼 때가 또 다르더라. 기본기와 이런 것들이 일본 야구 쪽으로 많이 가는 그림이다. 예전에는 힘으로만 야구를 했었다면, 지금은 야구를 하는 그림들이 많이 바뀌었다"고 걱정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단기전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순 없지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고려했을 때 대만은 마운드와 공격력에서 확실히 한국와 대등한 위치까지 올라섰다. 이날도 공-수에서 대만은 한국을 앞섰다. 한국 야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을 맛봤던 만큼 프리미어12에서 슈퍼라운드 무대를 밟지 못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은 아닐 것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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