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안심할 수 없다"
타카하시 히로토는 21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 미국과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투구수 70구, 2피안타 8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주니치 드래건스의 지명을 받고, 2022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타카하시는 6승 7패 평균자책점 2.47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해 일본의 '전승 우승'에 힘을 보태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지 않으며 11패(7승)을 떠안았는데, 올해는 달랐다.
타카하시는 21경기에 등판해 12승을 바탕으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 1.38로 센트럴리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일본 대표팀으로 발탁되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프리미어12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타카하시의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9일 프리미어12에 출전하지도 못한 체코와 평가전에서 3이닝 1실점(1자책)을 기록했고, 숙명의 한일전에서도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았다.
1회를 무실점을 마친 타카하시는 2회 박동원에게 2루타, 이주형에게 안타를 맞으며 1, 3루 위기에 몰리더니, 홍창기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첫 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2회말 곧바로 타선의 도움을 받았으나, 4회 박동원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면서 4이닝 2실점(2자책)을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KBO리그보다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일본 센트럴리그에서 평균자책점 1위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21일 미국전에선 달랐다. 타카하시는 1회 경기 시작부터 자신의 최고 구속인 158km의 강속구를 뽐내더니, 미국의 상위 타선을 모두 스플리터로 삼진 처리하며 'KKK'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루타를 맞으면서 첫 위기 상황에 몰렸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타카하시는 이어 나온 타자들을 모두 140km 중-후반의 '주무기' 스플리터를 바탕으로 연속 삼진을 솎아내며 위기를 탈출했다.
3회에도 모습을 드러낸 타카하시는 첫 타자를 153km 하이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출발한 뒤 9번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병살타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매조졌다. 그리고 4회에도 스플리터와 커터를 앞세워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체코와 조별리그 한국전에서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바탕으로 도쿄돔을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에 벌써부터 주니치 관계자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는 모양새다. 타카하시가 사사키 처럼 포스팅 자격을 갖추기 전에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다. 타카하시는 WBC에서 트라웃을 삼진 처리한 것을 비롯해 올해 정규시즌 활약과 21일 미국전에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제대로 뽐냈고, 'MLB.com'은 전날(21일) '포스트 요시노부는 누구?'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통해 타카하시는 주목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야마모토는 지난 오프시즌에 다저스로 이적했는데, 스승을 따르는 타카하시도 메이저리그 도전의 꿈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타카하시의 호투에 주니치 측은 착잡한 심경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주니치 관계자는 "WBC에서는 계투로 트라웃을 삼진 처리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엔 선발로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어필했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이정도의 피칭을 한다면 안심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포스팅을 통해 원 소속 구단인 주니치에 거액을 안긴다면, 주니치 또한 타카하시의 등을 밀어줄 수 있으나, 사사키와 마찬가지로 국제 아마추어 계약 밖에 맺지 못하는 시점에서 타카하시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하게 될 경우 주니치의 머리가 아파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니치 관계자는 "(타카하시) 히로토도 구단에 거의 메리트가 없는 25세 이하의 포스팅을 호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막상 타카하시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의식하지 못했다고. '도쿄 스포츠'에 따르면 타카하시는 "경기 중에는 의식하지 못했다"면서도 "항상 높은 레벨의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그 레벨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직접적이진 않지만, 향후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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