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송파구 최병진 기자] 허정무(69) 전 대전하나시티즌 재단이사장이 대한축구협회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변화를 약속했다.
허 감독은 25일 오후 2시 서울시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은 한국 축구의 위기를 겪는 가운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실패에 이어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국민들의 분을 샀다. 이에 축구 팬들은 정 회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3선까지 성공한 정 회장은 내년 1월 8일에 열리는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식 선언이 나온 건 아니지만 이번에도 출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허 감독이 대항마로 떠올랐다.
허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득점을 터트렸고 은퇴 후에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남아공 월드컵에서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의 성과를 냈다. 이후에는 축구협회 부회장,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허 감독은 “현재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 못한 축구협회의 독단적인 운영 체계가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이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방관자로 남지 않고 추락을 멈춰야 한다”며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허정무 전 감독 일문일답]
- 출마 결심 배경은?
10여일 전에 결심을 했다. 축구를 위한 축구협회인데 축구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언론의 지적을 봤다. 축구인들의 자신감이나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많은 지적 속에서 눈군가는 축구인을 대변해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용기를 내고 싶었다.
- 현재 대한축구협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면 파동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현 감독 관련 등 의사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 독단적인 운영 방법으로 의사가 전달되지 못한 모습이다. 감독 선임은 협회장만의 결정이 아니다. 투명하고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운영이 이루어져야 하며 눈치를 보지 않는 풍토가 필요하다.
- 유쾌한 도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몸이 굳어 있으면 경기장에서 경기력이 잘 나오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밝은 분위기에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일을 진행하면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쾌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 축구인들 사이의 갈등이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데?
축구인이 함께 해야 한다. 물론 의견이 갈릴 수는 있는데 축구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통합을 위해서 뛰어다닐 것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모든 걸 내려놓고 길을 잘 만들어보겠다. 간담회나 세미나 등 여러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종목을 보면 서로 다투다가도 문제가 발생하면 힘을 합치는 모습이 부러웠다.
- 출마 선언 결정까지 어려움은?
지금도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두려움이 없다. 귀에 담지 않고 해야 될 일에 목표를 두고 도전을 할 것이다.
- 당선에 대한 확신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 아직 캠프도 꾸리지 못했다. 오늘 기자회견을 마치면 구제적으로 선거 전략에 대해 준비를 할 것이다. 다만 축구인으로서 자긍심이 있고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을 하며 힘을 쏟아보고 싶다.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없다. 중임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해보겠다. 나는 징검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이 더 뛰어난 후배들이 앞으로 일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후보자로서 강점은?
현장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유소년부터 프로팀부터 우리나라 축구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어떻게 발전시킬지 염두에 뒀다. 그런 부분이 축구인으로서 감히 도전하는 이유다.
- 여자 축구에 대해서도 관심을 쓰겠다고 밝혔는데?
지원이 미흡하다고 알고 있다. 북한은 17세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는데 상대적으로 우리는 발전을 하다가 멈춰 서 있다. 생각해 보면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를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해당 장소를 여자 축구나 유소년 선수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회에서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 천안 축구센터가 건설 중이지만 파주 트레이닝 센터도 함께 이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파주시와 논의가 가능하다.
- 천안축구센터 준공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안이다. 축구센터는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다만 준비 과정에서 성급한 모습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일단은 축구센터에 대해 면밀하게 파악을 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기업도 한 곳이 아닌 여러 기업이 참여할 수 있으며 재원 마련도 다양하게 검토를 해야 한다. 현재 천안센터를 위해 부채가 있는 것으로 안다. 비지니스맨이 되더라도 발로 뛰면서 효율적인 방안을 전문가들과 상의를 하려 한다.
- 기업 총수인 정 회장도 천안축구센터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기업 총수가 협회장을 하면서 어느 정도 기부도 하고 찬조도 했다. 그러나 대규모 금액을 선뜻 내놓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2001년도에 용인 축구센터를 건립했다. 당시에도 용인시 예산으로만 진행을 했다. 국회를 찾아가서 브리핑도 하고 시위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천안 축구센터도 마찬가지로 여러 측면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태면 축구협회는 빚더미에 앉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발로 뛸 것이다. 야구의 허구연 총재 못지않게 해낼 자신이 있다.
-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부회장을 한 경험이 있는데?
브라질 월드컵 이후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정 회장은 착실하고 성실하게 일을 잘하시고 존경하시는 분이다. 최근에는 행정적 문제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지만 사람 자체로는 비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바꿔야 할 때다. 협회에 있던 기간 동안 의사 결정이 안 된다고 느꼈다. 어떤 안건이 올라왔을 때 의견 교류가 된 다음에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해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
이 문제는 현 집행부의 사안이다. 저는 후보자다. 이런 상황에서 언급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의견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건 협회장 스스로 감독을 선임하거나 자르는 모습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 박지성, 이영표 등 젊은 행정가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현재는 그들이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많거나 능력이 많은 인재들이 발전을 시켜 나가야 한다.
- 각오
공정하고 투명한 축구협회를 만들 것이고 한국 축구가 세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바꿀 건 확실하게 바꾸고 잘 키워서 협회다운 협회를 만들겠다. 월드컵에서도 16강이 아닌 8강, 4강에 올라갈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싶다.
송파구 =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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