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무려 31년에 걸쳐 만들어진 부자(父子)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또 하나의 경사가 생겼다. 아들이 상을 받는 모습을 아버지가 지켜보게 된 것이다.
정해영은 2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세이브상을 수상했다.
정해영은 올 시즌 53경기(50⅔이닝) 2승 3패 1홀드 31세이브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하며 세이브왕에 올랐다. 또 역대 최연소 100세이브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며 KIA의 통합 우승을 완성했다.
이제 상을 받을 시간이 왔다. 뜻깊은 것은 아버지와 함께 시상식장에 왔다는 것이다.
정해영의 아버지는 선수 시절 해태(현 KIA) 타이거즈 포수로 활약했던 정회열 동원대 야구부 감독이다.
정 감독은 1993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 주전 포수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맛봤다. 31년이 흘러 아들이 '마무리 투수로' 대를 이은 우승을 완성한 것이다.
정해영이 단상에 올라가 트로피를 받자 정회열 감독은 환하게 웃었고, 박수를 보냈다. 이내 꽃다발을 들고 단상에 올라가 축하했다.
정회열 감독은 시상식 후 선수 인터뷰장서 정해영과 나란히 섰다.
왼쪽 가슴에 'KIA 타이거즈 정해영 선수 가족'이란 이름표를 달고 선 정 감독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선수 시절 시상식에 참석한 건 딱 한 번(골든글러브 후보에 올랐을 때다)"이라며 "아들 덕분에 이렇게 큰 무대에 올 수 있어서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정)해영이가 신인 때 오늘 같은 장면을 꿈꿨다"라며 "마무리라는 자리는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결과로 앞에 고생했던 선발 투수부터 중간, 홀드를 다 말아먹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일 것이다. 해영이가 잘 이겨내고 책임감있게 결과를 낸 데 대해서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아버지로서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아버지로서, 야구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정회열 감독은 "분명히 실패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빠르게 회복하고 담대하게 일어설 수 있는 야구 선수이자 아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좋은 성적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인성"이라며 "해영이가 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그런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조언을 잊지 않았다.
칭찬을 하다 약간의 부담도 줬다. 정 감독은 "생각보다 빨리 기회를 잡았다. 정상급 선수까지는 아니지만 주축 선수로 커줘서 감사한데 최연소 타이틀, 예를 들면 200세이브 등 몇 개 더 나올 게 있다. 오랫동안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록을 이야기하자 정해영의 얼굴에는 잠시 미소가 지워졌다. 하지만 이내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보다 더 잘해야 될 것 같다. 오늘은 뿌듯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오 이야기했다.
정해영은 곧 구단으로부터 우승 보너스를 받는다. 아버지께 통 큰 선물을 할 생각이다.
정회열 감독은 "중요한 이야기다"라며 귀를 쫑긋 세웠다.
정해영은 "차나 시계를 선물해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감독은 "대만족이다. 참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잠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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