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재,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기훈 役
"시즌3, 더 흥미롭고 재밌게 봐주실 것"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시즌1에서도 악의 축이 다양하게 나왔죠. 내부 인물이 악으로 묘사될 때도 있었고, 내 친구나 믿었던 사람이 악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반전을 줬잖아요. 시즌3에서는 훨씬 심리적인 게임으로 전환 되거든요. 인간관계에 있어 더 깊이 들어가는 내용입니다. 훨씬 더 재밌는 설정들이 많이 나올 거라 믿습니다."
이정재는 2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감독 황동혁)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았다. 2021년 공개돼 넷플릭스 역대 최다 가구시청·시청시간을 기록한 시즌1 이후 3년 3개월만 새 이야기다.
이정재는 시즌1에서 탈락자들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점차 변해가는 456번 '기훈'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시즌2에서는 잔혹한 게임을 끝내기 위해 게임의 주최자를 찾아 모든 것을 끝내려는 게임 체인저로서 극을 이끈다.
이날 이정재는 "글로벌 성적이 너무 좋아서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많은 반응들, 다양한 반응들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 특히 시즌3를 지금 계속 작업하고 있는 시점이다"며 "나는 지금 다양한 반응들이 매우 중요하게 시즌3에 반영되고 있을 거라 본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시즌3하고 텀이 있는 것도 좀 좋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5일(지난달 28일~이달 1일) 연속 93개국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글로벌 TOP10 1위를 차지했다. 12월 넷째 주(26일~29일)에는 6800만 시청수로, 넷플릭스 작품 초연 주 가장 많은 시청 기록을 경신했다. 동기간 시청시간은 4억 8760만에 달한다.
시즌2는 절묘하게 시즌3를 향한 궁금증을 자극하며 끝이 난다. 이정재는 "나는 그런 단어를 잘 몰랐는데 '클리프행어'라고 한다더라. '야, 여기서 어떻게 끊어' 이런 시리즈물이 많지 않나. 다음 시즌을 안 볼 수 없게끔 하는 방법이라고 해야 하나"라며 "해외에서는 클리프행어에 대한 이야기가 좀 있었다. '야, 너네 장사할 줄 아는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었다"고 뿌듯한 듯 웃었다.
그는 "편성이나 배급은 넷플릭스의 고유 업무이고, 그분들이 결정한다. 시즌3 후반 작업을 다 끝내놓은 상태에서 전 편을 다 공개하면 그만큼 미뤄지지 않나. 그러면 시즌1을 보셨던 분들의 기억이 갈수록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아마 있지 않았을까"라며 "그 지점에서 좀 시즌2와 시즌3를 나눈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정확히는 나도 안 물어봐서 모르겠다"고 웃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되고 국내외로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주인공인 만큼 기훈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며 몸을 너무 흔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부터, 'X'를 선택한 사람이 죽어나감에도 침대 밑에 몸을 숨긴 것에 대한 불만, 반란을 두고 '멍청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위험하다'는 볼멘소리까지 다양하다.
이를 들은 이정재는 "(무궁화꽃 게임을 하며) 흔들린 건, 기훈은 한 번 해보지 않았나. 그 정도 흔들리는 건 잡히지 않는다고 알지 않았을까. 나름 최대한 안 흔들리게 하려고 했는데 꽤 많이 흔들린 걸로 보였다면 사죄드리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기훈의 행동을 설명하면서는 웃음기를 지웠다. 기훈은 한 명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게임장 안으로 들어간다.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이고,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알려 그 경각심과 공포로 많은 사람을 살려야겠다 생각으로 리더 역할을 한다. 훌륭한 리드였다면 바보 같다거나 오지랖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텐데. 기훈의 노력에도 실패는 계속된다.
"정배(이서환)까지 죽음을 맞이하고, 최대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훈을 만드는 것이 연출자이면서 각본가의 의도였어요. 그 이후에는 바닥까지 내려간 기훈이 심리적으로 상황을 추슬러서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주요 볼거리 중 하나예요. 기훈을 가장 낮은 데까지 떨어트리고 짓밟는 것을 시즌2에서 표현했다고 이해해 주세요."
기훈은 '오징어 게임'에 우승하면서 456억 원의 상금을 얻었지만, 죽은 이들의 복수를 꿈꾸며 다시 게임장으로 돌아간다. 이 같은 기훈의 행동은 좀 더 좋은 세상, 이상향 꿈꾸는 이들에게 비유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정재는 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정재는 "시즌1 때는 선한 마음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시즌2,3을 찍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양심이었다"며 "찍으면 찍을수록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자신만 알고 있는 기훈의 양심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인물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 양심을 감추고 안 좋은 상황을 회피하고 도망가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나는 이 상황을 절대로 도망가지 않겠다'라고 작은 용기를 내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말했다.
시즌2에서의 기훈은 다소 어둡다. 시즌1에서는 기훈의 밝은 면도, 나락으로 떨어져 괴로워하는 모습도, 새 삶을 살아보려 하는 노력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시즌1의 마지막, 기훈은 통장에 456억이 찍힌 것을 보고도 3년 동안 돈 한 푼 쓰지 않고 노숙 생활을 한다. 다시 만난 오일남(오영수)과 심리게임까지 펼친다. 이정재는 달라진 기훈을 모두 보여준 뒤 시즌2가 시작한 것이기에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짚었다.
그렇지만 시즌1에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줬던 기훈은 목적성이 뚜렷해지며 몇 가지의 색깔만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이정재는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자신의 개인적인 고민이라 선을 그었다. 정배를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이 밝음과 유머, 웃음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시즌2 역시 여러 색깔의 감정이 모두 담겼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동시에 시즌3에서의 변화도 꼽았다. 이정재는 "황동혁 감독님의 아주 큰 장점 중 하나다. 신 하나 안에서도 여러 반전이 있고 전체 시즌에서도 아주 큰 굴곡으로 캐릭터나 이야기의 변화를 너무나도 잘 쓰시고 만드신다"며 "그 장점이 시즌2와 시즌3에도 분명히 있다. 완결성을 본다면, 시즌3가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더 흥미롭고 재밌게 봐주실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예고했다.
기훈의 변화에 대해 말하자면 목소리를 빼놓을 수 없다. 시즌1과 달리 묵직함하게 들린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극톤처럼 느껴져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이정재는 "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즌1 때도 그 목소리가 나왔다. 노숙자 생활이나 오일남과 대화, 공항에서 프론트맨과 통화할 때는 벌써 진중해진 목소리로 변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마 기훈이 리더 역할을 하니까. 소리를 지르게 되면 그 정도는… 그런 의견을 내시는 분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시니까 말씀하시는 거겠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또 최선의 표현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기훈의 변화가 마냥 성공적인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 기훈은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택하며 반란을 일으킨다. 이정재는 "시즌1에서의 기훈은 '희생은 희생'이라고 믿는 인물이었다"며 "게임을 어떻게 해서든 막기 위해 그 방법까지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뀐 것"이라 해석했다. 그는 "그런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감행했던 작전이 실패했기 때문에 훨씬 더 심리적으로 나락에 떨어지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영웅놀이는 재밌었나'는 굉장히 중요한 대사예요. 기훈이 '지금까지 영웅놀이를 한 거였나' 반문하게 되거든요. 사람을 살리겠다고 했던 노력들을 하지 말았어야 하나. 기훈의 심리나 좌절감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가장 직접적인 대사죠. '네가 했던 것은 아무것도 아냐. 모든 사람을 구하겠다는 건 헛된 생각일 뿐이야.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끔찍하게 보여줄게'라고 느끼거든요."
이와 함께 이정재는 기훈에 대해 "그 친구가 원래 영특하다던가 아주 체력적으로 힘이 세다던가 그렇게 태어나지는 않았다. 갑자기 시즌1을 통과했다고 해서 영특해지고 힘이 세지고 그런 건 과하지 않나 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계획과 계산에 의해 사는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상황의 흐름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항상 느끼게 되고 보게 되는 결과 아니냐"라며 "그렇기 때문에 연출자 겸 작가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흥미했으면 좋겠다는 아주 작은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잊지 않고 짚었다.
다소 묵직한 메시지와 함께 시즌2의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시즌2의 팀전인 5인 6각에서 기훈은 제기 5개 차기를 맡았다. 이정재는 "제기차기는 2개도 힘들다. 연습이 없으면 안 된다. 나이가 있다 보니 하도 연습을 해 골반이 아팠다. 5개 차려고 두 달 연습했다. 촬영장에서 틈날 때마다"라며 "5명이 다리를 묶고 있으니까 내가 잘 차야지만 끝난다. 진짜 못 차면 대역이 찰 수도 있는데 앵글상 조금 어렵다. 팽이나 비석치기 하시는 분들도 맹연습을 했다"고 회상했다.
'옥에 티'로 꼽히기도 한 기훈의 '도시락 공기먹방' 이야기가 나오자 "말씀을 정말 잘해주셨다"며 반겼다. 그는 "자기 쪽 방향을 찍을 때는 당연히 먹는다. 그런데 그게 뒤쪽 카메라였고 등을 대고 있었다"며 "앞에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등으로 있을 때면 그냥 먹는 시늉만 한다. 그 커트를 쓸 줄 몰랐다. 감독님도 못 보셨다고 한다. '공기수저질'을 의도적으로 쓰신 건 아니다"고 호소해 웃음을 자아냈다.
2021년 처음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아시아 작품 최초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제79회 골든 글로브, 제28회 미국 배우 조합상,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트로피도 거머쥐었다. 현재까지도 '오징어 게임'은 역대 가장 많은 시청 가구수를 기록한 넷플릭스 콘텐츠다. K-콘텐츠의 대명사가 된 작품인 만큼 주인공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러자 이정재는 "해외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 재밌고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편수가 너무 줄었다"며 "예전에는 150편 중에서 '기생충'도 나오고 뭐도 나왔는데 지금은 30편도 안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벌써 잘 될 수 있는 확률이 더 줄어든다. 이 편수를 확 늘려야 한다. 다시 이걸 우리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며 "반드시 늘려야 하고 그 안에서 제2의 '기생충',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반드시 또 나와야 한다. 그것이 내 이야기 아니다. 이 한국 콘텐츠 안에서"라고 강조했다.
"MCU 합류설이요? 오늘 20분 정도 일찍 왔는데 딱 그걸 봤어요. 저도 모르는 내용이라 물어보려고요. 미국 에이전시에 연락해서 '이런 뉴스가 한국에서 나왔는데 벌써 이야기가 있는 거냐'라고 물어보고 싶네요. 아직 확인을 못했어요. 아마 아닐 거예요. '오징어게임' 시즌3 디카프리오는, 저도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 했어요. 모르는 사이 비밀이 걸려있나 했는데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해프닝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하하."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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