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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 '더 폴'이 18년 만에 4K 리마스터링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한국에서만 역주행 끝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감격에 생애 첫 내한을 결정한 타셈 감독은 한국 관객들을 향해 무한한 기쁨과 감사를 표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더 폴: 디렉스터 컷'(감독 타셈 싱) 타셈 싱 감독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국 관객의 사랑과 응원에 보답하기 위한 타셈 감독의 첫 내한이다.
'더 폴: 디렉스터 컷'은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에게 전 세계 24개국의 비경에서 펼쳐지는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을 이야기해 주는 영화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18년 만의 4K 리마스터링으로 더욱 화려해진 영상과 새로운 장면을 추가한 감독판이다.
''더 폴'은 나의 자식'이라고 칭할 만큼 아끼는 타셈 감독은 한국에서의 개봉과 선전 소식을 듣고 크게 감동했다고 배급사를 통해 전했으며, 개봉 7주 차에 언론과 관객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바쁜 촬영 일정을 조정해 첫 내한을 결정했다.
이날 타셈 감독은 18년 만에 4K 리마스터링을 한 이유를 묻자 "사실 내가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맨 처음 만들었을 때 완성된 버전이 4K였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상영관에서 4K를 상영하기 어려웠다"며 "당시 나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이 영화는 분명히 오래오래 갈 영화'라는 생각에 반드시 최신 기술로 만들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제 세월이 흘러서 4K를 리마스터링을 해야 하는데 내가 만들었던 4K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원래 촬영을 했던 여러 가지 효과가 빠져있는 오리지널 버전을 가지고 가지고 몬트리올에서 완성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K를 선택한 이유는 일단 이 영화에서 비주얼이 매우 중요했다"며 "어릴 때 히말라야에 있는 기숙학교를 다녔다. 우리 아버지는 이란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된 방송이나 영화들을 TV로 많이 봤다. 자연스럽게 비주얼 스토리텔링이 나한테는 매우 중요했다. 특별히 한국에서 보니 내가 의도했던 4K를 의도해서 잘 살려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은 2006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첫 공개됐으며, 한국에서는 2008년 개봉했다. 18년 전과 4K 리마스터링 버전의 차이점을 묻자 타셈 감독은 "토론토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공개했을 때 맨 처음에 넣었던 두 장면이 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타셈 감독은 "당시 데이빗 핀처랑 스파이크 존즈가 내 영화를 위해 도와줬는데 그분들의 이름이 맨 처음 영화에 빠져있었다"며 "또 영화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처음 토론토에서 공개되고 2년 뒤 내가 돈을 열심히 모아서 자비로 개봉했다. 비평가들이 싫어했던 장면을 자르고 다시 편집하라고 이야기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장면을 편집을 했는데 사실 하나는 절대 빼서는 안 되는 장면이었다. 내가 파리에서 이 영화를 편집할 때 그 당시 스태프가 '절대 이 장면을 빼서는 안 된다. 정말 중요한 캐릭터 신'이라고 했다"며 "그 말을 들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장면을 편집했다. 이번에 4K 작업을 하면서 다시 그 장면을 넣었다"고 짚었다.
또한 타셈 감독은 "바꾸고 싶었던 장면은 바꿨다. 중요한 대사가 있는데 나는 이 영화가 어른을 위한 동화, 어른을 위한 우화라는 것을 꼭 넣고 싶었다. 그래서 맨 처음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이라고 넣었다. 그런데 토론토에서 상영 후 '롱 타임 어고(Long Time Ago)'라고 바꿨다. 이게 미국인들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며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를 보고 '아, 내가 맞았구나'라고 생각해서 다시 바꿨다"고 말했다.
타셈 감독은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제작 당시 '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감독과 '그녀' 스파이크 존조 감독의 도움도 전했다. 타셈 감독은 "두 사람은 나와 아주 오랜 친구다. 핀처 감독은 어떻게든 투자자를 내게 구해주려 노력했다"며 "그런데 이 작품 같은 경우 투자자를 구하기가 정말 불가능한 작품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있던 시나리오가 제대로 된 게 없었고 그냥 가이드에 불과했다. 만약 프로듀서들이 시나리오가 여기 있나'라고 물어보면 '내가 아이를 찾게 되면 그 아이가 이야기를 만들 것'이러고 대답했다. 그리고 '몇 개국에서 촬영할 계획이냐' 물으면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영화에서 주인공이 박스를 들고 다녔던 것처럼 영화를 홍보했다. 그 박스 안에는 아이가 훔친 여러 가지 물건이 들어있지 않나. 내가 박스 안에서 그런 물건들을 꺼내면서 '이게 바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영화 투자를 받기가 어렵다"며 "다음에 한국에 오면 어떤 박스인지 여러분들께 가져와서 꼭 보여드리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9년을 찾아 헤맨 끝에 발굴한 카틴카 언타루는 현장의 상황을 진짜로 믿고 가슴을 울리는 진실된 모습을 보여줬다. 타셈 감독은 "한 7, 8년 정도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루마니아에서 우연히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를 찾자마자 형에게 '바로 이 아이'라고 했고 지금 당장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28년 동안 영화를 만들었고 17년 간 로케이션 펀팅으로 고민하다 아이를 만나자마자 바로 그 순간부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빗 핀처가 '광고 일을 하는 감독들은 언젠가 꼭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는데 실제로는 없다. 당신이 유일하게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더라. 그래서 '그렇게 영화를 만든 유일한 멍청이가 나'라고 대답했다"며 "왜냐하면 그 당시 내게 아주 중요한 문제가 생겼다. 광고 덕분에 많은 돈을 벌었는데 여자친구가 나를 차버렸다. 그래서 형에게 '전부 다 팔고 우리 당장 영화를 만들자'고 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타셈 감독은 "영화를 핀처랑 존즈에게 보여줬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 했다. 비평가들의 반이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핀처와 존즈에게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물어봤다. 두 사람이 어떠한 금전적인 보상 없이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영화를 위해서 그냥 전폭적으로 지지해 줬다"며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에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를 찾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줬고, 이름을 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더 폴'은 총 제작기간 28년, 캐스팅 9년, 장소 헌팅 19년, 촬영 기간 4년, 전 세계 24개국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특히 나비 산호섬, 주홍빛의 사막, 하늘과 맞닿은 호수, 끝없는 계단, 수상 궁전까지 초현실적 장소들은 세트나 CG가 아니라 모두 로케이션 촬영이다.
이와 관련 타셈 감독은 "아무리 훌륭한 특수효과를 쓰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반세기 정도가 지나면 레트로한 느낌이 있어서 다시 멋져 보인다"며 CG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난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영화를 좋아한다. 마치 스탠리 큐브릭 같은 느낌이 난다. 이 분들의 작품을 처음 보면 사실 좀 옛날 영화 같은 느낌이 난다. 그런데 이런 감독님의 영화는 20년, 30년, 50년 뒤에 봐도 동시대 영화처럼 보인다"며 "왜냐하면 이런 감독들은 동시대적인 자연주의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선택했던 로케이션들은 전부 마법적인 공간이었다. 이런 공간에다 CG를 쓰면 모자를 쓴 뒤 또 모자를 쓴 느낌이라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CG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냥 이 작품에는 맞지 않아서 쓰지 않았다"며 "이 작품 같은 경우 28개국에서 전부 올로케이션으로 전혀 세트장을 사용하지 않고 촬영했다. 그다음 작품 경우 외부 로케이션 없이 세트장에서만 촬영했다. 나는 그냥 극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은 세계적인 비주얼리스트 타셈 감독이 기획부터 완성까지 무려 28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으로, CGI 없이 4년에 걸쳐 24개국을 돌며 촬영했다. 촬영 상황을 모두 실제로 믿었던 아역 배우 카틴카 언타루와 12주간 휠체어 생활을 한 리 페이스의 교감이 고스란히 담겼다. '더 폴: 디렉터스 컷'은 2025년 재개봉하며 현대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믿음과 희망을 다시금 붙잡게 한다.
타셈 감독은 '더 폴: 디렉터스 컷'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더 폴'이 마치 부활한 것 같다. 아기에 비유하자면 어떤 특별한 장애를 갖고 있는, 주의가 필요하고 겨우 기어가는 아이였다. 그런데 20년이 지나 다시 보니 그 아이가 달리고 있는 거다. 재조명 받는 다는 것이 상당히 놀랍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이어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이 가장 컸다. 어떻게든 만들고 '그냥 삶은 계속되는 거지' 생각했었다. 20년이 지나서 다시 보니 내가 그 당시 어렸고 상당히 야심 찼다고 생각이 든다. 오늘이라면 다시는 못 만들 것 같고 그 누구도 다시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거라 생각 든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는 "왜 처음 이 영화를 공개했을 때 사람들이 안 좋아했는지 모르겠다"며 "이게 무엇과도 같은 게 없는 영화다. 어떤 패턴을 좀 벗어났을 때 그 만의 어떤 장점이나 가치가 있다. '기생충'이나 '올드보이' 같은 경우 이렇게 기존과 다른 걸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영광한다. 그런데 이 영화 같은 경우 뭔가 다른 걸 사람들이 기대했을 텐데 그것과는 좀 달랐던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패션 같은 경우도 20년 뒤 패션이 다시 레트로로 유행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내 영화도 아마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때 비평가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면 또 다른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며 "이 영화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음모가 있는 내용도 아니다. 그건 괜찮은 것 같다. 사람들이 '정말 환상적'이라고 말해도 좋고 '정말 그지 같다'고 말해도 괜찮다. 그런데 그냥 '이 영화 괜찮다'고 하면 겁이 난다"고 털어놨다.
타셈 감독은 '더 폴'이 다시금 사랑받는 것에 대해 연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인터넷 덕분에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 다시 재발견된 게 아닐까 하는 점에서 매우 감사하다.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때 아무도 원하지 않았고 2년 간 노력해서 내 돈으로 개봉했다"며 "그런데 이후 만나는 사람들마다 '더 폴'을 왜 다시 공개하지 않냐고 질문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안 한다. 그래서 '더 폴'을 보고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토론토에 갔을 때 많은 비평가들이 '왜 '더 폴'을 안보여주냐'고 묻더라. 내가 '20년 전에 이 영화를 그토록 알리고 싶었는데 그때 어디 계셨냐'고 하니 '그때 난 10살이었다'고 하더라. 그때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가 이 영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그래서 형한테 '우리 어떤 식으로든 돈을 털어서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재개봉한 것처럼 미국에서는 영화가 하루동안 여러 몇 개관에서 상영했는데 몇 분만에 매진됐다. 인기가 많으니까 한 8주 정도 더 확대개봉을 했다. 이러한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더 많은 곳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에서 재개봉한 '더 폴: 디렉터스 컷'은 개봉 첫날 전국 66개관, 좌석수 15,025석이라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관객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까지도 '더 폴: 디렉터스 컷' 탄탄한 열성 지지층과 입소문을 통한 높은 좌석판매율로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타셈 감독의 이번 내한은 한국의 뜨거운 성원에 감복해 개봉 7주 차임에도 스케줄을 조정하며 성사된 것이기도 하다.
타셈 감독은 "한국에서 이렇게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한국 영화관이 너무 좋더라. 내 영화는 스타일이나 비주얼 때문에 제대로 된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 데비잇 린치가 자신의 영화는 휴대폰으로 봐서는 안되고 큰 화면에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내 영화를 런던 아이맥스에서 본 것보다 한국 상영관에서 본 게 훨씬 좋았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특히 "인구통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 정말 많은 여성관객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봤다. 이렇게 많은 여성관객들이 내 영화를 좋아해 줘서 한국 영화와 한국 여성들을 무한히 사랑하고 싶다. 내 아기가 계속해서 달릴 수 있게 해 주셨다"고 한국 여성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이와 함께 타셈 감독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있는지 묻자 "나는 특별히 어떤 배우를 염두에 두면서 작품 하지는 않는다. 보통 프로듀서들이 원하는 배우를 캐스팅해서 어떻게든 투자자를 구하려고 한다. 나는 전혀 반대의 접근방법을 사용한다. 말 앞에 수레 세우는 스타일"이라며 "만약 내 흥미를 끄는 소재나 주제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당연히 영화를 만들고 싶다.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곳을 보면 전혀 다른 행성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한국은 다른 행성 정도가 아니라 다른 유니버스, 우주인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행사의 끝무렵 타셈 감독은 "내가 10번 넘게 계속 한국어로 '땡큐'를 어떻게 하는지 배웠는데 계속 깜빡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땡큐'라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감사합니다"라며 알려주자 타셈 감독은 쑥스러운 듯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더 폴: 디렉스터 컷'은 전국 CGV에서 상영 중이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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