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배우 차주영이 '원경'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마이데일리는 1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tvN, 티빙 드라마 '원경'에 출연한 차주영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지난 11일 종영한 '원경'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남편 태종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를 중심으로, 왕과 왕비, 남편과 아내, 그사이에 감춰진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날 차주영은 "첫 타이틀롤 주연에 사극이라는 장르를 소화하다 보니 부담이 컸다"며 "실존인물에 대한 얘기다 보니 너무 어렵더라. 특히 이성계, 이방원, 세종대왕에 비해 원경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많이 없다. 빈 부분을 창조해야 했고, 제가 느낀 감정과 연기로 채워 넣어야 했다. 큰 정서와 줄기를 건들지 않는 선에서 제 감정을 기저에 두고 작품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작품을 참고하기도 했지만, 거기 잠식되면 제가 담대하게 시도하고자 하는 것에 제약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극 특히 이방원을 다룬 작품들을 봤고 원경왕후를 연기한 선배들의 작품도 봤다. 분석하거나 깊게 빠지진 않고 정말 참고한 정도다. 다른 중전 역할을 했던 전인화 선배 등의 작품도 봤다. 생각보다 중전을 주인공으로 다룬 작품이 많지 않더라. 역사적인 공부도 했지만, 저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대본을 보며 준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실존인물을 근간으로 하는 정통 사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했다. 차주영은 "당시 사극 대본이 몇 개 들어왔다. 제가 하고 싶은 정통 사극에 가장 가까운 게 '원경'이었다. 이 작품이라면 내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큰 각오가 필요했지만,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룰 수 있는 작품을 만날 기회가 또 언제 올까 싶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용기 냈지만 부담감은 계속됐다. 그는 "부담감이 내내 해소가 안 됐다. 현장에서 도망치고 싶은 적도 있었다. 뻔뻔해지는 게 어렵더라"며 "제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이 작품은 길을 잃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답이라는 주문을 걸고 정신승리하면서 버텼다. 무너지지 않고 확신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팀원들도 나를 믿고 따라줄 거라 생각했다. 제 심리 상태와 드라마 속 원경왕후의 감정이 비슷했던 것 같다. 여러 풍파 속 왕비로서 담담함을 지킨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한 "연기적으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중반 이후 장성한 아들들이 나온다. 그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각오했던 것보다 더 각오해야 했다. 난 결혼도 안 했고 아기들 예뻐나 해봤지... (웃음) 꼬맹이 엄마로 시작했다가 아이를 잃고,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을 넘어 위대한 세종대왕을 키워낸 어머니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체감했다. 연기하면서도 스스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원경'이 방송되는 동안 두려움에 칩거까지 했다는 차주영은 "분명한 건 후반부에 자신 있었다. 초반 우려 섞인 부분이 있겠지만, 끝까지 봐주신다면 우리가 시도하고자 했던 것들을 알아봐 주실 거란 확신이 있었다"며 "한 사람의 일생을 담기에 12부 드라마는 짧다는 생각을 한다. 다들 알만한 내용은 과감히 덜어내기도 했고, 뻔하게 갈 거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전 원경을 애틋하고 불쌍한 여인으로 봤다. 그리고 누군가 다뤄야 하는 이야기라면, 내가 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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