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정말 야구센스가…타고난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지찬(24)은 리그 최단신(163cm)선수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제 신장보다 트랜스포머 외야수로 기억돼야 한다. 2024시즌을 앞두고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해 대성공했다. 삼성은 개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포지션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김지찬을 중앙 내야에서 중앙 외야로 보냈다.
그런데 김지찬의 행보는 삼성의 기대를 완전히 넘어섰다. 지난해 135경기서 타율 0.316 3홈런 36타점 OPS 0.789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주전 중견수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걸 넘어, 리그에서 빠지지 않는 선수로 거듭났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 3.98로 리그 31위이자 중견수 전체 1위에 올랐다. 외야수들로만 따져도 맬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6.50),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5.69), 홍창기(LG 트윈스, 5.06),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 4.42)에 이어 전체 5위다.
작년 공수지표를 볼 때 이미 리그 최상급 공수겸장 외야수로 거듭났다. 타격에서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수비가 기대이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빠른 발을 이용해 넓은 커버 범위를 보여주고, 상황판단 능력도 좋았다. 올 시즌도 순항할 조짐이다. 시범경기 5경기서 13타수 7안타 타율 0.538 1홈런 3타점 5득점 OPS 1.461이다.
현역 시절 수비로 한국야구를 평정했던 ‘국민유격수’ 박진만 감독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센스는 갖고 있는 선수라서…그래도 1년만에 (외야수 정착) 쉽지 않은데…능력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이, 외야에서 내야로 전향하는 것보다 많이 볼 수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김지찬처럼 이렇게 단기간에 자리잡는 걸 넘어 최상급 위력을 보여주는 건 보기 드문 사례다. 박진만 감독은 “내야수가 내야 안에서 포지션을 변경하는 게 아니고 외야로 변경해 1년만에 적응하는 건, 정말 야구센스가 타고 난 것 같다”라고 했다.
사실 선수층이 얇은 한국야구에선 야수들의 멀티포지션이 적극 장려돼야 한다는 게 박진만 감독 생각이다. 그러나 김지찬이 돌연변이일 뿐, 쉬운 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토미 에드먼 등 내, 외야를 겸직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외야 수비가 내야 수비보다 쉬운 게 절대 아니다. 현대야구에서 타자들의 타구속도가 점점 빨라지니, 수비는 점점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
박진만 감독은 “슈퍼 유틸리티는, 미국보다 우리가 더 해야 한다. 미국은 선수층이 두껍다. 우리나라는 지찬이가 특별한 것이고, 쉽지는 않다. 만약 내, 외야를 같이 보려면 퓨처스리그에 가서 게임에 출전해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야구에선 시기상조”라고 했다.
어쨌든 김지찬의 사례는 특이하다. 김지찬이 다시 내야로 갈 일은 없고, 외야에서 경험을 더 쌓으면 리그 중견수 판도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KBO리그 중견수 레이스는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현재 박해민(LG 트윈스), 정수빈(두산 베어스) 등이 공수겸장으로 정상급 기량을 보여준다. KBO리그 현역 통산타율 1위를 달리는 박건우(NC 다이노스)가 올해 풀타임 중견수로 돌아온다. 떠오르는 신성 윤동희(롯데 자이언츠), 예비 FA 외야수 최대어 최원준(KIA 타이거즈)도 올해 풀타임 중견수로 가치를 평가받는다. 두 사람은 작년에도 중견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최지훈(SSG 랜더스)도 좋은 중견수이고, 이주형(키움 히어로즈)은 잠재력을 터트리면 리그 중견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김지찬이 올해 이들에게 비교 우위를 보여주면 리그 최고 중견수로 인정 받을 수 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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