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당국 조사 “신용등급 강등 사전 인지했다면 투자자 기만”
MBK “ABSTB는 증권사가 유동화해…전액 변제 목표로 노력”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홈플러스가 발행한 유동화증권(ABSTB·전자단기사채)이 작년 말부터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회생신청 직전인 지난달에는 최근 2년 새 최대치를 발행했다.
이에 홈플러스가 등급 강등 사실을 미리 알고 채권을 발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입수한 신영증권의 2023~2025년 월별 홈플러스 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발행 현황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지난달 1518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 기준 최근 2년 새 가장 많은 수준이다.
홈플러스 ABSTB 발행을 단독 주관한 만큼 신영증권의 홈플러스 관련 증권 발행도 급증했다. 지난해 신영증권 ABSTB 발행은 전년 대비 약 30%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ABSTB 발행액이 360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났다.
신영증권의 지난해 ABSTB·CP·단기사채 주관 발행 총액도 전년보다 42.1%나 뛰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은 494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6% 늘었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전단채 규모는 약 2000억원,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강등을 미리 알고 단기사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 같다는 예비평정을 신용평가사에서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달 25일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했다.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됐다. 이후 이달 4일 밤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금융당국은 신영증권과 홈플러스,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채로 단기 채권을 발행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를 대상으로 검사에 돌입했다.
이인영 의원은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채권 발행을 요청했거나 실행했다면 이는 투자자 기만행위로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카드매입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만큼 MBK와 홈플러스가 사전에 재고를 확보하며 기업회생을 준비한 정황이 있다면 이에 대한 진상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홈플러스가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유동화증권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해 관련 증권사들과 함께 회생절차에 따라 최대한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사 매입채무 유동화와 관련해 증권사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포함)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가 아니지만 그 변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당사에 있다”고 밝혔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ABSTB에 대해 직접 유동화한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14일 “ABSTB는 저희가 신용카드로 회사 물품을 구매한 뒤 카드사가 갖고 있는 매출채권을 다시 증권사가 인수해 유동화한 것으로 저희가 직접 유동화한 건 아니다”며 “상거래인지 금융채권인지 판단할 순 없으며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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