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현대의 문성민~ 현대의 문성민~ 승리를 위하여~ 오오오오~ 문!성!민!'
[마이데일리 = 천안(충남) 유진형 기자]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자신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감동을 준 선수 응원곡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펼치고 포효하면 나도 모르게 함성이 절로 나오고 목이 터져라 그의 응원가를 따라 부른다. 이게 바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포츠의 맛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부르며 듣는 응원가는 어떤 기분일까.
'현대의 문성민~ 현대의 문성민~ 승리를 위하여~ 오오오오~ 문!성!민!'
많은 팬이 한목소리로 코트가 떠나갈 듯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눈물 흘렸다.
남자배구 전성기를 함께했고 한 시대를 장식한 '리빙 레전드' 문성민(39·현대캐피탈)이 정든 코트와 이별했다. 문성민은 지난 20일 충청남도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코트에서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고 배구장을 찾은 많은 팬은 눈물 흘리며 그의 응원가를 마지막으로 함께 불렀다.
현대캐피탈이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선 3세트 19-18로 한 점 앞선 상황, 웜업존에 있던 문성민이 상의를 갈아입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펑과 뜨겁게 포옹한 뒤 교체 출전했다. 그 순간 천안 유관순체육관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고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팬들은 문성민이 코트에 들어서자마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세터 황승빈은 문성민에게 백토스를 올렸고, 문성민은 벼락같이 달려들어 상대 코트를 강타했다. 우리 기억 속의 문성민처럼 코트를 찢을 듯한 강력한 스파이크였다. 마치 '난 아직 안 죽었어'라는 걸 보여주듯 강렬했고 그는 포효했다. 문성민의 활약은 여기가 끝나지 않았다. 21-19에서도 직선 코스로 퀵오픈을 성공시켰다. 이 득점이 문성민의 현역 마지막 득점이었다.
25-24에서 허수봉의 서브 득점으로 현대캐피탈 승리로 경기가 끝났지만, 마지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문성민의 활약에 천안 유관순체육관은 '현대의 문성민'이라는 응원가가 쉼 없이 울려 퍼졌다. 득점이 필요할 때마다 찾았던 이름, 문성민이 돌아온 듯했다. 그를 응원하기 위해 배구장을 찾은 김호철 감독(IBK기업은행), 최태웅 전 현대캐피탈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 여오현(IBK기업은행 수석코치), 신영석(한국전력), 황동일, 박철우(KBSN 해설위원), 곽승석(대한항공), 서재덕(한국전력) 노재욱(삼성화재) 등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치며 문성민의 마지막 활약에 감동했다.
하지만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때다. 문성민과 함께 모든 영광의 시간을 함께했던 팬들은 이 순간의 뭉클함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행복을 줬던 NO. 15 '레전드 문성민'은 영구결번이라는 대우를 받으며 아름답게 퇴장했다.
이제 문성민은 정든 코트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일단 구단이랑 먼저 얘기해 보고 싶다. 시즌 끝나고 제대로 이야기할 거고, 배구 관련된 일이라면 일단 다 열어 두고 생각하겠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문성민 응원가를 마지막으로 부르며 눈물 흘린 팬들과 그 시절 그때의 모습을 보여줬던 문성민 / 한국배구연맹(KOVO)]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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