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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어뢰(Torpedo)' 방망이가 메이저리그에서 화제다. 물리학 박사가 만든 이 방망이를 들고 뉴욕 양키스는 개막 3경기 15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역대 타이 기록을 썼다. 야구가 다시 한번 진화하는 것일까.
양키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12-3 대승을 거뒀다.
이날 양키스는 무려 4개의 홈런을 퍼부었다. 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다. 양키스 타선은 이번 3연전 동안 무려 15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시리즈를 스윕했다. 개막 3경기 15홈런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이다.
30일 경기가 압권이었다. 양키스는 무려 1경기 9홈런으로 밀워키 투수진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애런 저지가 무려 6타수 4안타 3홈런 4득점 8타점으로 펄펄 날았고, 폴 골드슈미트, 코디 벨린저, 재즈 치좀 주니어, 앤서니 볼피, 오스틴 웰스, 오스왈드 페라자가 각각 1개의 홈런을 쳤다.
여기서 양키스 선수들이 쓰는 방망이가 주목을 받았다. 기존 방망이는 방망이 끝부분이 가장 두껍고 손잡이로 갈수록 얇아지는 형상이다. 양키스 선수들은 끝부분이 아닌, 타구가 주로 맞는 '스위트 스팟' 부위가 제일 두꺼운 '어뢰' 방망이를 들고나왔다. 공을 맞힐 가능성이 높은 부위에 많은 목재와 질량이 집중되도록 설계된 것.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 배트가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MLB 규정 3.02에 따르면, 방망이는 직경 2.61인치(약 6.63cm), 길이 42인치(약 106.68cm)를 초과할 수 없다. '어뢰' 방망이는 이 규정을 준수한다.
이 방망이는 애런 린하트 마이애미 말린스 필드 코디네이터가 개발했다. 린하트는 지난 시즌까지 양키스에서 수석 분석가로 일했고, 이때 볼피를 포함한 선수들이 '어뢰' 방망이의 개념을 받아들였다.
린하트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전기 공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2014년까지 미시간 대학교에서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다 야구계로 투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미국 '디 애슬래틱'은 "어뢰 방망이는 선수의 선호도에 맞춰 맞춤 제작되며, 특정 타자가 야구공과 가장 자주 접촉하는 부분이 방망이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 되도록 설계된다"고 전했다.
린하트는 "그냥 야구공에 피해를 입히려는 부위에 배트를 최대한 무겁고 뚱뚱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방망이 디자인을 완성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볼피는 "이 개념은 정말 말이 된다. 난 완전히 신뢰하고 있다. 타격 시 스위트 스팟이 더 넓다면, 그게 더 유리한 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벨린저는 "내게 가장 큰 이점은 무게 배분이다. 개인적으로 무게 중심이 손에 더 가까워져서 배트가 가벼운 느낌이 든다. 나에게는 그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배럴이 크면 클수록 스위트 스팟도 넓어져 실수할 확률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다만 부상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MLB.com'에 따르면 스탠튼은 2024시즌 동안 방망이 조정으로 인해 팔꿈치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제이슨 도밍게스는 스탠튼이 이 방망이를 사용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또한 '어뢰' 방망이를 쓰지 않는 선수도 있다. 저지가 대표적이다. 당장 저지는 올 시즌 벌써 4개의 홈런을 쳤지만, 이는 일반적인 방망이를 사용한 결과다. 저지는 "내 커리어가 하락세를 보이면 이런 것들을 시도해 볼 수도 있지만, 지금은 내가 하는 대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30일 무려 5개의 피홈런을 허용한 네스터 코르테스는 "작년에도 몇몇 선수들이 이 방망이를 사용했었다.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과학과 기술적 접근법을 이해하긴 하지만, 내겐 별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5개의 피홈런 중 4개(골드슈미트, 벨린저, 웰스, 볼피)를 '어뢰' 방망이 사용자에게 맞았다.
2025시즌 메이저리그가 초반부터 요동친다. 과연 '어뢰' 방망이가 다시 한번 야구를 바꿀 수 있을까.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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