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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일까. 미·일 통산 134승-104홀드-128세이브라는 성적을 남긴 '레전드' 우에하라 코지가 '퍼펙트괴물' 사사키 로키(LA 다저스)를 감쌌다.
2024시즌이 끝난 뒤 치바롯데 마린스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메이저리그 도전을 허락하면서,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사사키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도쿄시리즈 맞대결에서 극과극의 피칭을 선보였다. 1회 시작부터 100.5마일(약 161.7km)의 초강속구를 뿌리며, 전 세계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사키는 또 다른 의미로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는데, 당시 사사키는 무려 5개의 볼넷을 헌납하는 등 3이닝 1실점(1자책)으로 다소 아쉬운 데뷔전을 치렀다. 그럼에도 사사키는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구에 대한 질문에 나쁘지 않게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불안한 모습은 미국 본토에서도 이어졌다.
사사키는 지난달 30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160km를 상회하던 초강속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제구에 난조를 겪으며 1⅔이닝 만에 무려 61구를 던진 뒤 강판됐는데, 마운드를 내려가는 과정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교체 사인에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 사사키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공을 건네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간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사키는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 더그아웃이 아닌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장면도 잡혔다. 이에 로버츠 감독이 화들짝 놀라 사사키를 따라 들어갔고, 그를 다시 불러 내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 미국 현지 팬들은 사사키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엄연히 프로 선수인데, 행동은 마치 철이 들지 않은 아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사키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 것은 야구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사키를 신인왕 후보 1위로 꼽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사키가 두 번째 등판에서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야구 외적인 행동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자, 좋지 않은 시선으로 사사키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해설위원이자,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우에하라 코지가 사사키를 감싸안았다. 우에하라는 일본 '야후스포츠'의 칼럼을 통해 "사사키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려운 투구 내용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사키가 앞으로 크게 성장하기 위한 '경험의 1년'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데뷔 이전부터 신인왕 후보라고 떠들썩했던 미국 언론들은 벌써부터 평가를 바꿔 냉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우에하라는 칼럼을 통해 사사키를 향해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우에하라는 "사사키가 메이저리그에서 제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원인은 본인만 알겠지만, 환경의 변화와 미국 생활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의 경우, 나도 1년차 때는 미끄러운 느낌에 당황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로진 이외의 이물질을 사용할 순 없지만, 손가락을 핥아 촉촉하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멘탈 관리에 대한 노하우도 전했다. 그는 "나도 현역 시절 미디어의 손바닥 뒤집기를 경험한 바 있다. 해외 언론의 기사를 인용하는 언론들이 많아, 아무리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기사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나도 2011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가 됐을 때에는 긍정적인 기사가 많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맞자, 혹독한 비판이 쏟아졌었다"고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미디어를 멀리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우에하라는 "요미우리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데뷔 시즌에 20승을 거두고 각종 타이틀을 쓸었지만, 2년차에 부상을 당하자 가차 없는 비판이 이어졌다. 미디어 보도가 경기력에 악영향을 준다면, 인터뷰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며 "사사키는 25세룰로 인해 최저연봉 대우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연봉이 20~30억엔을 받는 것도 아니기에 올해는 적응하는 기간으로 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우에하라는 "이런 시기일수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 지켜봐 주는 동료, 가족과 친구, 비판적인 보도보다는 열정적으로 취재하는 미디어,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의 소중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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