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타자는 어쩔 줄 몰라 마운드로 달려갔고, 투수는 그런 타자를 오히려 토닥토닥했다.
1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KIA 타이거즈의 2회말 공격이었다. 0-1로 뒤진 KIA는 선두타자 최형우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쳤다. 후속 이우성이 SSG 랜더스 선발투수 박종훈에게 볼카운트 2B2S서 6구 131km 투심에 반응했다.
이우성의 타구는 박종훈의 왼쪽 전완근을 강타했다. 그리고 굴절돼 우중간으로 느리게 굴러갔다. SSG 2루수 안상현은 이미 2루 근처까지 다다른 상황. 2루 주자 최형우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KIA가 동점득점을 올린 순간.
박종훈은 상당히 괴로워했다. 팔을 털어보며 고통도 털어내 보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고통을 호소했다. 중계방송사에 잡힌 박종훈의 팔뚝은 순간적으로 벌겋게 부풀어올랐다. 이때 1루를 점유한 이우성은 마운드로 향했다.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박종훈에게 사과했다.
평소 심성이 착하기로 유명한 이우성이다. 사실 야구만 생각했다면 어수선한 틈을 타 2루 점유를 시도해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우성은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다. 박종훈을 바라보는 순간 그냥 본능적으로 달려간 듯하다.
여기서 또 놀라운 게 박종훈의 인성이다. 사실 박종훈으로선 아프기도 아프지만, 순간적으로 엄청 짜증 나고 화 나는 순간이다. 분명 타자가 고의로 그랬던 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순간적으로 짜증 나 수 있다. 더구나 수년째 야구가 마음대로 안 풀리는 선수다.
박종훈은 이우성이 다가오자 오른팔로 감싸 안으며 오히려 토닥토닥했다. 아파 죽겠는데 그런 제스처를 취하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종훈은 이우성을 오히려 안심시키고 교체돼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박종훈은 1이닝 2피안타 1실점했다. 최근 원활하지 않던 SSG 타선이 모처럼 시원하게 터지면서 선발승까지 기대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으로 쓴맛을 삼켰다. 다음 등판, 향후 행보 모두 안개 속이다. 일단 하루 자고 일어나서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프로스포츠가 예전보다 많이 삭막해졌다. 그러나 이우성의 착한 심성과 박종훈의 넓은 마음은 모처럼 야구 팬들을 훈훈하게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