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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맞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덤빈다"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는 23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투구수 101구, 5피안타(3피홈런) 2볼넷 6탈삼진 5실점(2자책)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그래도 치열한 타격전이 펼쳐지면서 패전은 면했다.
2024시즌에 아서 컵스와 계약을 맺은 이마나가는 29경기에 등판해 15승 3패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 신인왕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모두 득표에 성공하며 컵스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그리고 올해도 좋은 흐름을 이어나가는 중. 이마나가는 23일 다저스와 맞대결이 열리기 전까지 5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22를 마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투구는 악몽과도 같았다.
이마나가는 1회초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으나, 3루수가 실책을 범하면서 주자를 내보냈다. 이후 무키 베츠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했지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안타를 맞는 등 2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 몰렸고, 토미 에드먼에게 2구째 패스트볼을 공략당해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홈런을 맞았다.
그런데 컵스 타선이 1회말 공격에서만 무려 5점을 뽑아내며 이마나가에게 리드를 안겼는데, 2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앤디 파헤즈에게 8구째 몸쪽 패스트볼을 던진 결과 무려 106.9마일(약 172km)의 속도로 뻗어나간 타구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으면서 4실점째를 기록하게 됐다.
이후 이마나가는 3회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첫 삼자범퇴를 마크, 4회 무사 1, 2루와 5회 2사 2루의 실점 위기들을 넘어서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이마나가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첫 타자 에드먼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뒤 윌 스미스에게도 솔로홈런을 맞았다. 이날만 무려 3개의 피홈런을 내준 이마나가는 후속타자 맥스 먼시를 뜬공 처리한 뒤 바통을 불펜에 전달했으나, 이후 경기의 흐름을 다저스가 가져가면서 노 디시전을 기록하게 됐다.
이날 이마나가는 1회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5⅔이닝 동안 세 방의 홈런을 맞는 등 투구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오타니와 맞대결이었다. 이마나가는 지난해 오타니와 총 5번의 맞대결에서 단 한 개의 피안타도 내주지 않는 등 1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매우 강한 모습이었는데, 올해도 '천적'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중이다.
이마나가는 도쿄시리즈 개막전에서 오타니를 첫 번째 타석에서 2루수 땅볼, 두 번째 타석에서도 2루수 직선타로 묶어내며 통산 7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었다. 그리고 이날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첫 번째 타석에서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이마나가는 오타니에게 3루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했다. 이 타구가 실책으로 기록되면서 오타니도 결과적으로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한 셈이 됐다.
그리고 이마나가는 컵스가 5-4로 근소하게 앞선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타니를 상대로 5구 승부 끝에 스위퍼를 위닝샷으로 구사해 삼진을 솎아냈고, 3회에는 2루수 땅볼로 요리하며, 세 번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로 이마나가는 오타니를 상대로 통산 10타수 무안타 2삼진을 마크하게 됐다.
어떻게하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오타니를 이렇게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을까. 일본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이마나가는 23일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그 비결을 공개했다. 이마나가는 '오타니에게 통산 10타수 무안타. 훌륭한 타자를 상대로 그런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오타니처럼 훌륭한 선수와 맞붙을 때에는 맞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덤빈다"고 밝혔다.
이어 이마나가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오타니와 대결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상대하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된 것 같다. 단지 그 우연이 10번 계속된 것 뿐이다. 앞으로 10번을 더 대결한다면, 10안타를 맞을 수도 있다. 정말 작은 기적이 10번이 계속된 느낌"이라고 웃었다.
결과는 완벽했지만, 오타니와 맞대결의 과정도 만족했을까. 이마나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지만,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한 이후 오타니가 치느냐, 못 치느냐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막았는지, 혹은 맞았는지가 중요하다. 오늘은 우연히 스윙을 해줬다. 나는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마나가는 '우연'이라고 설명했지만 '천적'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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