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슬라이더는 잘 안 던졌죠.”
선두 LG 트윈스는 이번주에 2연속 1승2패, 루징시리즈를 하며 최근 주춤하다. 그래도 단독선두를 달리는 결정적 원동력은 선발진이다. 특히 임찬규(33)가 이제 완전히 토종 에이스가 됐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손주영이 잠시 주춤하지만, 임찬규는 꾸준하다.
임찬규는 2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1볼넷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결과와 별개로 확실히 타자들을 압도하는 맛이 있다. KIA 이범호 감독은 평소와 달리 희생번트를 두 번(5회와 7회)이나 지시했다. 임찬규의 영향이 컸다.
임찬규의 이날 포심 최고구속은 143km였다. 여기에 변화구는 체인지업, 커브, 체인지업이다. 커브는 두 종류를 구사한다. 그런데 이날 느린 커브의 구속이 너무 느렸다. 3회 김도영에게 던진 2구 커브가 무려 86km였다. 대기타석에서 바라보던 최형우가 화들짝 놀랐다. 별로 좋은 의미, 감정은 아니었다.
임찬규는 1회 첫 타석에서 김도영에게 112km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하더니,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3회에는 땅에 박히는 117km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MVP 김도영을 2연속 루킹 삼진으로 제압한 것이다.
어떻게 포면 구속도 평범하고, 변화구 구종도 클래식하다. 요즘 유행하는 투심이나 스위퍼, 커터를 던지지 않는다. 염경엽 감독에 따르면 현재 두 가지 커브와 체인지업을 주로 쓰고, 슬라이더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다가 활용한다.
염경엽 감독은 27일 경기를 앞두고 “찬규는 슬라이더를 잘 안 던졌는데 올해 슬라이더를 추가해서 던진다. 기본방침은 직구, 체인지업과 커브를 30대30대30으로 던지는 것이다. 10%를 남겨놓는데, 세 구종에 적응하는 타자에겐 (박)동원이가 슬라이더를 쓴다. 타이밍이 맞으면 썼다”라고 했다.
치밀한 게임플랜이 돋보인다. 물론 개별 구종들의 움직임이 매우 날카롭다. 염경엽 감독은 “찬규가 올해 안 맞는 이유는 세 가지 구종의 궤적과 스피드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직구, 체인지업으로 피치터널을 잘 형성했고, 커브는 궤적이 완전히 다르다. 100km대 커브는 타자가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다”라고 했다.
타자가 보통 140km대, 150km대 포심에 타이밍을 맞춘다. 그래서 투수가 역으로 초구에 느린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경우가 있다. 올 시즌의 경우 ABS의 하향 조정으로 거의 포수가 바닥에서 미트를 대고 잡는 커브도 스트라이크로 인정을 받으니, 투수로선 이걸 써먹어야 한다. 최형우는 할많하않이라는 반응이었지만, 어쨌든 이것이 임찬규의 경쟁력이다.
염경엽 감독은 “컨택형 타자들은 찬규 공에 안타를 만든다. 풀히터들은 찬규 공을 잘 못 친다”라고 했다. 실제 이날 자신이 늘 홈런타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최형우에게 홈런 한 방을 맞았을 뿐, 집중타를 거의 안 맞았다. 대신 국내에서 컨택 능력이 가장 좋은 김선빈에게 2루타를 맞았다. 염경엽 감독의 말은 정확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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