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이정효 광주FC 감독의 행동은 분명 존중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이 감독의 거침없는 모습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광주는 지난 5일 어린이날에 홈경기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김천상무와 경기를 펼쳤다. 전반 15분 오후성의 페널티킥(PK) 득점으로 광주가 1-0으로 전반전을 마친 가운데 이 감독이 갑자기 그라운드에 난입했다.
이 감독은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오후성에게 다가가며 불 같이 화를 냈다. 주장 이강현이 한 차례 이 감독을 막았으나 이 감독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급기야 오후성을 강하게 손으로 밀치면서 지시를 한 뒤에야 라커룸으로 향했다.
코칭스태프와 다른 선수들은 오후성을 위로했지만 오후성도 쉽게 진정을 하지 못했다. 오후성도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내 이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쁘게 보였다면 어쩔 수 없지만 중요한 건 팀과 선수들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미지보다 선수들의 경기력 발전이 중요하다는 의미지만 그로 인해 폭력적인 모습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날 경기는 어린이날에 진행이 됐고 6238명의 관중들은 오후성의 공개 질책을 목격했다. 또한 중계 방송에도 포착이 되면서 이 감독의 의도는 아닐지라도 선수에게 ‘모욕감’을 줬다. 경기력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경기장을 찾은 팬, 양 팀 선수, 축구 관계자 등이 지켜보는 그라운드 안에서는 나오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다.
오후성이 이 감독의 애제자이기에 그런 질책이 나올 수 있다는 일부 팬들의 이야기도 옳지 않다.
오후성은 2023년에 대구FC에서 광주로 이적했지만 이희균(울산 HD), 정호연(미네소타) 등에 가려져 주목을 받지 못했고 올시즌에야 중용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K리그1 11경기 3골 1도움을 기록 중이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도 활약을 펼쳤다.
오후성이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건 분명 이 감독의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 감독이 다양한 방식으로 오후성을 ‘조련’하는 장면은 구단 컨텐츠나 여러 영상을 통해 많이 공개가 됐고 오후성도 이 감독으로 인한 발전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오후성이 이 감독의 애제자로 거듭나고 있다고 해도 그라운드 안에서 몸을 밀치는 지시까지 무작정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다. 감독이라면 그리고 어린이날의 의미를 알고 있는 ‘어른’이라면 더욱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광주를 맡아 K리그2 우승을 했고 ACLE 진출권까지 획득했다. 분명 엄청난 성과다. 이로 인해 팬들은 이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인터뷰에서 파격적인 발언으로 자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전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고 알힐랄과의 ACLE 8강전을 앞두고는 “개발리던가 개바르던가”라는 말로 포부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확실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 모든 지도 방식이 인정받을 수는 없다. 이제는 K리그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된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도 더욱 커졌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오후성은 이 감독과의 사건이 화제가 되자 7일 자신의 SNS에 “경기가 끝나고 ‘지금 감정적으로 상해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니 상황과 잘못을 인지했을 때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감독님과 말을 주고받았다”라고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오늘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대화를 나눌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어떻게 보면 한 직장의 제일 높은 상관인 감독님이 먼저 잘못을 뉘우치며 고치겠다고 하시며 진중 어린 사과를 하셨다. 저의 입장에서 이번 일을 이해해 주시고 반성을 하고 계셔서 너무 감사했다. 오늘 대화는 웃으면서 잘 마무리가 됐다”며 사건이 일단락됐음을 알렸다.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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