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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율 0.413짜리 대타.
LA 다저스에 그런 선수가 진짜로 있다. ‘혜성특급’ 김혜성(26)이다. 김혜성은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의 홈 3연전 마지막 경기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김혜성은 3-6으로 뒤진 8회말 선두타자 미겔 로하스 대신 타석에 들어서서 양키스 우완 셋업맨 데빈 윌리엄스에게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2B1S서 5구 바깥쪽 보더라인 모서리로 향하는 95.2마일 포심패스트볼에 헛스윙했다.
김혜성의 타율은 0.422서 0.413으로 떨어졌다. 전날 4안타 포함 5출루로 맹활약했으나 하루만에 곧바로 대타로 전락했다. 4할대타자라고 해도 대타는 역시 쉽지 않다. 벤치에 계속 앉아있다 갑자기 타석에 나가서 95마일짜리 포심을 제대로 공략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좌우놀이, 플래툰 신봉은 지극하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로버트 감독은 원래 그랬다. 김혜성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김혜성이 이 팀에서 아무리 잘해도 멀티맨,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유틸리티 요원이다. 2200만달러 계약은, 이 팀에선 헐값에 가깝다.
4안타를 쳤고, 데뷔 1개월이 지났는데도 4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드문드문 나와서 거둔 성과다. 분명히 인정을 받아야 한다. 로버츠 감독의 플래툰 사랑은 정도가 지나치다. 4할대 타자 대신 선택한 키스톤 콤비가 유격수 로하스, 2루수 키케 에르난데스였다. 로하스와 에르난데스는 각각 타율 0.218, 0.237이다.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된다는 팬들의 지적은 일리 있다. 미국 언론들도 똑 같은 논리로 지적한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의 지적, 팬들의 반응과 달리 로버츠 감독의 마음과 기조는 바뀔 가능성이 없다. 김혜성은 적어도 올 시즌에는 이렇게 뛰어야 한다. 남은 4년도 별 다를 바 없을 가능성이 크다. 다저스는 누군가 못 하고 다쳐서 못 뛰면 비싼 스타를 영입해 전력을 확실하게 메울 팀이기 때문이다.
이게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체제의 다저스이고, 장기집권 중인 로버츠 감독의 스타일이다. 따지고 보면 로버츠 감독으로선 플래툰을 신봉할 수밖에 없다. 어지간한 팀보다 백업멤버의 품질이 좋고 비싸다. 로하스나 키케의 경우 전력이 약한 팀에선 주전으로도 뛸 수 있는 선수다.
로하스는 2년 1100만달러, 키케는 1년 650만달러 계약자다. AAV 기준으로 김혜성과 큰 차이가 없는 선수들. 둘 다 올 시즌을 마치면 계약이 끝나고 FA가 되지만, 다저스로선 이 선수들도 안 쓸 수 없다. 테일러처럼 너무 못하면 시즌 중이라도 내보낼 수 있지만, 안 쓰고 방치하기도 어려운 선수들이다. 그렇다면 쓰임새를 찾아야 하고, 플래툰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김혜성이 자리를 잡으면서 크리스 테일러(LA 에인절스)가 팀을 떠나긴 했다. 그러나 이 팀은 멀티맨이 넘친다. 마이너리그에도 메이저리그의 맛을 이미 본 제임스 아웃맨과 에스테우리 루이즈가 있다. 김혜성이 부진해도 눈 하나 꿈쩍할 팀이 아니다.
김혜성으로선 분명 억울할 법하지만, 다저스와 계약할 때부터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걸 알았을 것이다. 별 다른 방법이 없다. 현실에 순응하고 늘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냉정하게 기용하지만, 기용법을 떠나 김혜성의 가치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건 확실하다. 1일 경기 도중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김혜성은 다재다능하고 구단의 요구를 다 받아들였으며, KBO리그 올스타 출신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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