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정빈 기자] 빙초산을 음료수로 착각해 이웃에게 건네 숨지게 한 80대 시각장애인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5일 울산지법 형사4단독 정인영 부장판사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80대 A씨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발생했다. 시각장애 1급인 A씨는 평상에서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다, 평소 친분이 있던 70대 B씨 등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비타민 음료라고 생각한 두 병을 가져와 건넸으나, 이 음료를 마신 B씨는 “속이 타고 답답하다”며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

당시 이를 지켜본 다른 이웃이 B씨가 마신 음료수병을 들고 근처 약국을 찾아갔고, 약사는 “이 음료는 마시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B씨가 마신 병에는 ‘식용 빙초산’이라는 하늘색 라벨이 붙어 있었고, A씨가 빙초산을 비타민 음료로 착각해 건넨 것이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결국 사망했다.

재판에서 A씨 측은 시각장애로 인해 문자를 읽을 수 없고, 색과 사물 구별이 어려워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다른 사람에게 음식물을 건넬 때 독성이 없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음료수병은 매끄럽지만, 빙초산병은 목 부분에 주름이 있어 촉감으로도 구분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구별이 어려웠더라도 주변 사람이나 상대에게 음료가 맞는지 물어보는 등의 확인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부장판사는 “A씨의 확인 부족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도, “피해자가 술에 취해 받은 병의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은 점, 유족과의 합의로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정빈 기자 pjb@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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