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받으면 후회할 '발신제한', 조우진이 곧 장르 [김나라의 별나라]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발신제한', '아묻따' 받으세요.

정체 모를 전화 한 통, 언제나처럼 보이스피싱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영화 '발신제한'이 주는 묘미가 그만큼이나 짜릿하다. 스릴러 장르 범람 속, 식상함을 깨고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 숨은 진주 같은 작품 한 편이 나왔다.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출근길 아침,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는 도심추격스릴러다.

일찌감치 진우 역의 배우 지창욱이 범인임을 공표했던 바. '범인 찾기'로 관객들을 피 말리게 하는 기존 스릴러물과 출발을 달리해 의아했던 지점은 영화 시작 5분 만에 차별화된 비장의 무기를 엿보게 하며, 절로 자세를 곧추세우게 만든다.

'더 테러 라이브' '끝까지 간다' 스릴러 편집 장인 김창주 감독의 속도감을 극대화한 연출력이 한몫했지만 비장의 무기는 다름 아닌 주연 조우진. 그가 곧 장르요,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비춰지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압도당하는 놀라운 마법이 벌어진다.

조우진은 자동차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함을 긴장감 있게 전달하고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쳐내야 했는데, 이런 고도의 연기력을 요구하는 캐릭터를 맞춤 옷을 입은 듯 소화하니 경이로울 지경이다. 23년간 단역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 내공의 집약체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티켓값을 충분히 한다.

워낙 말투, 표정 하나하나 살아있는 디테일한 열연 덕에 부성애 코드도 작위적이지 않게 녹여내며 극의 풍성함을 더했다. 여기에 딸 혜인 역을 맡은 이재인이 담백하지만 깊이 있게 든든하게 받쳐주니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이번 주말에 영화 보러 가자" "그래"라고 주고받는 대사에서 기어코 눈물샘을 터지게 한다.

무능한 경찰들과의 대치, 포기하지 못한 K-신파가 휘몰아치는 전개에 발목을 붙잡긴 하지만 아쉬움을 달래는 확실한 스릴러적 재미를 보장하기에 안 받으면 후회할 '발신제한'이다.

[사진 = CJ ENM]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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