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주X위하준 '미드나이트', 고요 속 숨막히는 서스펜스 [양유진의 클로즈업]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두 얼굴의 연쇄살인마와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청각장애인의 끈질긴 추격전이 펼쳐진다. 영화 '미드나이트'(감독 권오승)가 고요에서 오는 공포를 증폭시켜 '음소거 추격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미드나이트'의 주인공은 수어 상담사로 일하는 청각장애인 경미(진기주)다. 마찬가지로 귀가 불편한 엄마(길해연)와의 제주 여행에 설레던 경미는 어느 날 골목 구석에서 피 흘리며 살려달라고 도움을 구하는 소정(김혜윤)을 발견한다.

오직 사람을 죽일 목적으로 차를 개조해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은 자리를 비운 사이 소정에게 접근한 경미를 보고 또다시 살인 충동을 느낀다. 그렇게 경미는 도식의 타깃이 되고 두 사람은 한밤중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청각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워 약자라는 불리한 조건에서 오는 위험을 세밀하게 끄집어냈다. 가진 것이라곤 소리 감지기뿐이지만 기지와 순발력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경미를 보는 순간 서스펜스가 극대화된다. 또한 초반부터 장르적인 긴장감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속도감 있게 나아가 지루할 새를 주지 않는다. 자연스레 관객은 경미의 귀가 되어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촬영, 음악 등 전반적인 만듦새는 나쁘지 않지만 종종 등장하는 장애물이 잘 쌓아 올린 쾌감을 한 번에 추락시킨다. 무능력하고 답답하게 그려지는 경찰이나 불쑥 튀어나와 흐름을 깨는 몇몇 등장인물의 배치는 아쉽기만 하다. 더 나아가 절정에서 등장하는 번화가 추격 장면은 같은 장르의 다른 영화를 마구 뒤섞어 놓은 듯한 느낌까지 든다.

그럼에도 극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은 배우진에 있다. 진기주, 위하준, 길해연, 박훈 등은 충분히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진기주는 찬탄을 자아내는 호연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지키는데, 청각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과장 없이 소화한 것은 물론 차별에 당당히 맞서는 강인한 면모로 큰 울림을 준다. 후반부 "죽고 싶지 않아요"라며 힘겹게 목소리를 내는 신은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자 영화가 말하려는 진의다.

'미드나이트'는 오는 30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다. 러닝타임 103분.

[사진 = CJ ENM 티빙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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