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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 '김병현이 꿈을 이루고 추락을 재촉한 곳, 쿠어스필드[이석희의 처음처럼]

시간2021-07-14 11:06:31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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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 202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한다. 해발고도가 원 마일 하이(1mile high)여서 타구 비거리가 약 10% 더 늘어나고 변화구의 각도가 무뎌진다고 한다.

쿠어스 필드하면 떠오르는 것이 두가지다. 사실 더 있지만... 첫 번째는 맥주이다. 잘 알다시피 쿠어스는 미국 맥주이름이다. 보스턴의 유명한 독립운동가인 샤무엘 아담스의 이름을 딴 맥주처럼 독특한 맛이 없는 그냥 그런 맥주이다.

두 번째는 김병현이다. 앞에 이야기한 맥주는 그냥 ‘썰’을 풀기 위한 양념이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김병현이다.

최근 만난 김병현의 넋두리 처럼 “애들이 아빠가 야구 선수인 것을 모르는 것 같다”라고 할 정도로 김병현은 지금 예능인, 방송인으로 잘나가고 있다. 아마도 MZ세대들은 김병현은 방송인이라고 생각해도 딱히 할말이 없지만 말이다.

쿠어스필드하면 김병현, 미국 사람들에게는 BK로 불린 김병현이 떠오르는 이유는 ‘꿈’이 이루어진 곳이어서다.

잘 알다시피 김병현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시절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떨쳤다. 마무리만 했으면 정말 끝내주는 성적을 올릴 수 있었지만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데뷔때부터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었다. “나는 선발로 뛰고 싶다.”

마무리로 보직이 확고했고 미국 나이로 21살 샛파란 젊은, 그것도 동양에서 온(당시는 ML에서 인종차별이 있었다. 김병현은 이 때문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이상하게 던지는 투수가 선발이라니? 랜디 존슨, 커트 실링, 토드 스토틀마이어 등 쟁쟁한 선발 투수가 있는데 “너가 그 자리를 뺏겠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그는 끊임없이 “선발”“선발” 노래를 불렀다. 통역을 통해서 벅 쇼월터 감독에게 계속해서 뜻을 전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듯이’ 정말 벅 쇼월터 감독은 김병현의 꿈을 이뤄줬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2000년 9월26일 화요일 오후 7시5분. 장소는 바로 쿠어스필드. 선발로 뒤던 토드 스토틀마이어가 어깨부상으로 인해 던질 수 없게 되자 쇼월터 감독이 김병현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김병현은 신이 났다. 1회초 공격에서 팀 타선이 먼저 2점을 뽑아줬다. 이 2점은 지금 기아 타어거스 감독을 하고 있는 매트 윌리엄스가 좌월 투런으로 낸 점수였다. 당시만 해도 윌리엄스 감독은 정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 중 한명이었다. 물론 배리 본즈나 새미 소사급은 아니지만...

1회말 김병현은 안타 하나와 볼넷 한 개를 내주었지만 도루를 잡아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2회에는 볼넷 2개와 실책 2개로 1사 만루를 내주는 위기를 맞았다.

김병현이 누구인가. 당시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듣도 보도 못한 ‘플리스비 슬라이더’를 갖고 있던 김병현 아니었나. 그 ‘마구’로 후속타자인 케빈 하비스와 후안 피에르를 연속 헛 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쿠어스 필드를 채운 3만5703명의 홈 팬들의 탄식과 탄성이 교차했다.

하나 이게 ‘독’이 될 줄이야. 이 경기 뿐 아니라 선수 생활을 일찍 끝내게 되는 독이 되기도 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너무 자신에 찬 김병현은 다음 회에 무리수를 던지기 시작했다. 상대를 너무 얍잡아 보았다. 타순이 한바퀴 돈 3회 제프 시릴로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은 것이 슬픈 전주곡이었다.

다음타자들은 ‘토드(Todd) 3형제’. 콜로라도의 간판타자, 메이저리그 첫 1억 달러의 주인공 4번타자 토드 헬턴에게 우측 펜스 깊숙한 곳에 박히는 투런 홈런을 맞고 2-2 동점을 허용했다. 다음타자 토드 워커에게 볼넷을 내준 김병현은 토드 홀랜스워스에게 다시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꿈’은 딱 여기까지였다. 쇼월터 감독은 김병현을 내리고 러스 스프링어를 마운드에 올렸다. 2와 1/3이닝 4피안타(2홈런) 4볼넷 2탈삼진 4실점. 팀 타선이 7회 6-6 동점을 만들어준 덕분에 패전은 면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꿈이 이루어진 쿠어스필드는 김병현의 앞날을 막는 역할을 한 듯 하다. 김병현은 잘 알다시피 그 이후 애리조나에서 마무리 투수로 더 활약했고 2001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기도 했다. 여기 까지는 기분 좋은 과정이었다.

하나 김병현이 누구인가. 한 대 맞으면 두 대를 두들겨 패야하는 사나이 아니던가? 그는 선발 투수의 꿈을 찾아 나섰고 정착지는 바로 쿠어스필드였다.

2005년부터 3년간 콜로라도서 주로 선발(70경기중에 50경기를 선발로 뜀)로 뛰었지만 부상등이 겹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살의 앳된 얼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김병현이지만 10년도 채우지 못하고 결국 2007년 애리조나에서 선수생활을 접어야했다. 그 단초를 제공한 장소가 바로 쿠어스필드였다.

덧붙여서...올 해는 박찬호가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된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김병현은 2002년 당당히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2002년 밀워키 홈구장서 열린 올스타전에 참가한 김병현.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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