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원짜리 변호사' 된 '천변'…남궁민, 3년 연속 대상 좌절되나 [MD칼럼]

[이승길의 하지만]

연이은 반쪽 편성으로 '천원짜리 변호사'는 '오백원짜리 변호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됐다.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김재현 신중훈)의 출발은 더 없이 순탄했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와 MBC 드라마 '검은 태양'으로 2020년과 2021년 연이어 SBS,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배우 남궁민은 또 한 번 몸에 꼭 맞는 캐릭터로 '믿고 보는 배우'의 진가를 입증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우는 괴짜 변호사'라는 어찌 보면 익숙한 설정이지만 남궁민은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 활약으로 작품을 이변 없이 동시간대 시청률 정상으로 올려놨다. 마의 15% 시청률을 넘어선 작품. 이러니 2022년 연말 남궁민의 '3년 연속 연기대상'이라는 대기록이 탄생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증폭된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중후반 이후의 덜컹거림이었다. 시작은 지나친 결방.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중계,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 등의 변수가 있었다지만 '천원짜리 변호사'는 10월 21일 이후 '금토드라마'지만 금요일에는 볼 수 없는 '토요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과도한 결방이 이어지다보니 '천원짜리 변호사'가 반쪽이 됐다는 '오백원짜리 변호사'라는 농담까지 나왔고, 시청률도 자연스럽게 하락했다.

여기에 히트작에 따라붙는다는 것이 석연치 않은 '조기종영' 결정까지 내려지며 기세는 또 한 풀 꺾였다. '천원짜리 변호사' 측은 14부작으로 알려진 드라마를 12회로 축소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스피드한 전개와 완성도 높은 전개를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스피드한 전개와 완성도 높은 전개'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후반부 이후 전개는 방향성을 잃었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과도한 PPL 파티 뿐이었다.

당초 '천원짜리 변호사'가 완성할 수 있는 최고의 엔딩은 시청자의 찬사를 받는 결말, 그리고 그 결과 주어지는 남궁민의 3년 연속 대상 트로피였다. 그러나 길을 잃은 '천원짜리 변호사'는 자꾸만 '뱀의 꼬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 = SBS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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