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어른답지 못한 사과문 [MD칼럼]

[이승록의 나침반]

모호한 사과문이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39)은 사과문에서 "제 생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 거친 욕설과 저속한 표현들을 남발하고, 내로남불 모습 보여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13일 말했다.

팬들에게는 "또 한번 제가 만든 논란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팬 여러분들께 가장 죄송하다"면서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어떠한 논란에도 엮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다만 김희철은 사과문 말미 단서를 달고 "하지만 학교폭력과 특정 사이트에 대해 욕한 건 아무리 돌이켜봐도 전 잘못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제 생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겠다'는데, 김희철이 가리킨 '제 생각'은 무엇인가. '이번 일이 마지막'이라며 팬들에게 언급한 '이번 일'은 또 무엇인가.

김희철의 사과문은 이것만 읽고선 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문제다. 사과문의 기본은 '어떤 잘못'인지 밝히는 게 출발이다.

"제 생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라고 전제하며 두루뭉술하게 넘길 게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발언이 문제가 있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김희철은 자신이 "잘못 없다"고 생각한 발언은 '학교폭력', '특정 사이트'라고 명시했는데, "잘못 있다"고 생각한 발언도 명확하게 밝히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지금 사람들이 단지 김희철이 "거친 욕설과 저속한 표현"을 했기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란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희철은 사과문에서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번 논란은 인터넷 생방송에서 한 발언들 때문이다. 학교폭력뿐 아니라 같은 슈퍼주니어 멤버였던 강인 사건, 일본 불매운동, 슈퍼주니어 스케줄 불참 등과 관련해 김희철은 과격한 표현을 섞어 여과 없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발언의 내용도 부적절했고, 욕설을 남발한 것도 부적절했다. 김희철은 '우주 대스타'란 별명처럼 전 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인기 스타다. 자신의 발언과 행동에 어떤 파급력이 있는지 유념해야 한다.

"잘못 없다" 생각한 발언이라도 과정은 잘못됐다. 비판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성숙한 언행을 갖춰 지적하고 반성을 촉구해야지, 애꿎은 팬들이 시청하는 앞에서 마구잡이로 욕설을 내뱉는 건, 데뷔 19년차 어른답지 못한 태도다. 무분별한 욕설이 팬들에게 끼칠 영향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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