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본 적 있어요?" [MD칼럼]

[이승록의 나침반]

"뉴진스 본 적 있어요?"

얼마 전, 누군가 이렇게 물어보길래 "아니 그게, 뉴진스는 언론 대면 행사를 거의 안해서 아직 본 적이 없어"라고 답했다. 상대방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연예부 기자'라면서 'K팝 대세' 뉴진스를 여지껏 한 번 본 적 없다니. 그 실망감이 나 역시 공감되길래 그냥 속으로 '후후-우후' 허밍했다.

29일 서울 강남구 '애플 강남'에서 열린 뉴진스와 애플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행사는 '애플 강남' 소개 취지가 강했으나, 나름 기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

지난해 7월 데뷔한 뉴진스가 처음으로 연예부 취재 기자들과 대면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종 행사에서 사진 기자들과 만난 적은 많지만, 뉴진스는 지금껏 언론 쇼케이스나 인터뷰 등을 따로 진행하지 않아 취재 기자들과 마주할 기회는 없었다.

현장에서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다. '어텐션(Attention)', '하이프 보이(Hype boy)’, '디토(Ditto)', '오엠지(OMG)' 등 데뷔 이래 모든 곡들을 히트시키며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뉴진스가 자신들의 입으로 직접 그 속내를 언론에 밝히는 첫 순간이었다. 애플과의 작업 소감 외에도 뉴진스에겐 인기, 이에 따른 부담, 앞으로의 목표 등 질문이 잇따랐다.

그리고 이날 뉴진스를 실제로 "처음 본" 기자가 인상적이었던 건, 세 가지였다.

그야말로 '열풍'의 인기를 이끌고 있으나 정작 민지(18), 하니(18), 다니엘(17), 해린(16), 혜인(14) 등 뉴진스 멤버들은 톱스타처럼 굴기보다, 첫인상은 '디토' 뮤직비디오에서 교복 입고 춤추던 것처럼 그저 풋풋한 학생들처럼 보였다는 거다.

둘째는 뉴진스 멤버들에게 느껴진 유대감이었다.

언젠가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에 불화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면, 한 멤버가 말하고 있을 때 다른 멤버들 표정을 보면 안다"는 말을 해준 적 있다. 카메라가 자신을 주목하지 않을 때, 진짜 감정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뜻이었다.

근데 이날 뉴진스에서 하니가 답변을 할 때 그 관계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호주, 베트남 이중국적인 하니가 말을 하다 특정 단어에서 갑자기 버벅거렸고, 그러자 민지가 단어를 차근차근 바로잡아주며 웃었다. 민지의 도움에 하니도 부끄러워하고 함께 웃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하니가 말을 하는 동안 옆에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민지의 눈빛. 단어를 알려주던 말투. 그게 무척이나 다정했다. 다니엘이 천진하게 웃으며 답변할 때, 이를 듣는 다른 멤버들의 표정 역시 민지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린의 답변이 기억에 남았다.

뉴진스에게 어떤 상징적 이미지가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해린은 "뉴진스를 생각했을 때 구름 같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해린은 구름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어떤 사람은 빠르게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를 다양한 부분으로 봐주시는 그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뉴진스는 구름.

해린의 그 감상적인 은유(隱喩) 혹은 메타포(metaphor)를 통해 어떤 안도감이 들었다. 민희진(43) 대표는 그동안 뉴진스 곳곳에 알아채거나 혹은 알아챌 수 없는 특정한 '상징'을 넣어왔다. 그 상징이 노래와 춤, 뮤직비디오에 숨겨지며 '뉴진스'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해린이 그 상징적인 답변을 함으로써, 뉴진스 멤버들이 단순히 회사에서 시키는대로만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이 아니라는, 누구보다 명확하게 '뉴진스'를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그런 확신이자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린 자격을 얻었다. 누군가 "뉴진스 본 적 있어요?"라고 물으면 허밍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자격. "네, 구름을 봤어요."

[사진 = 어도어, 애플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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