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호란' 섭외한 MBC, 대중이 분노할 줄 아무도 몰랐나? [MD칼럼]

[이승록의 나침반]

음주운전을 저지른 가수 호란을 출연시킨 MBC '복면가왕' 제작진이 10일 "시청자 여러분들께 불편함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시청자 분들의 엄격하고 당연한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였다"고 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모두 제작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생긴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방송 후 시청자 여러분의 질타를 받으며 반성하였다"며 "앞으로 출연자 섭외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겠다. 시청자 여러분과 현 시대의 정서를 세심히 살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사과문을 보니, MBC의 출연자 검증 시스템이란 게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시청자 분들의 엄격하고 당연한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였다"고 하는데, 방송에 음주운전자를 섭외하면 안된다는 건, 시청자들이 '엄격' 하든 아니든 '당연한 눈높이'의 이치다.

이제 와서 "앞으로 출연자 섭외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겠다"는 말을 할 게 아니란 거다. 기준을 엄격하게 바꾸지 않더라도, 애당초 음주운전 범죄자의 출연은 고려조차 해선 안될 일이었다. 그 당연한 기준을 몰라서 호란을 버젓이 출연시켰나.

MBC 내부에선 왜 아무도 호란의 방송을 막지 않았는가. 호란을 섭외하고, 실제 녹화를 하고, 편집을 거쳐, 본방송에 내보내기까지 이토록 긴 과정에서 그 누구도 음주운전 전력의 호란이 문제될 것이란 사실을 파악 못했나.

정말 아무도 문제를 인식 못해서 호란의 방송을 내보낸 것이라면 "현 시대의 정서를 세심히" 살피겠다며 제작진이 뒷북칠 만큼, 음주운전 범죄자의 방송 복귀가 야기할 문제점을 파악도 못한, 현저히 뒤처진 정서가 문제다. 논란 될 걸 누군가는 뻔히 알면서도 호란의 방송을 거르지 못한 것이라면, MBC의 출연자 검증 시스템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것이다.

MBC는 불과 몇 달 전에도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아동성추행 논란을 일으켜 대중의 따끔한 질타를 들은 바 있다. 그때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의견이 쇄도할 정도로 대중이 분노하고 비판했던 걸 MBC는 벌써 잊었나.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역시 방송을 내보내기 전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면 사전에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음주운전자를 얼굴에 가면 씌우고 노래 대결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다니, MBC는 대체 왜 이러나. 호란이 가면 벗고 정체를 공개하면, 시청자들이 감동이라도 받을 줄 알았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MBC 방송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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