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팬의 야유에 선수들은 경직된다' [김종국의 판타지스타]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 K리그에서 부진한 팀들이 팬들의 거센 비난과 함께 선수단 버스가 가로 막히는 상황이 유행처럼 번진 가운데 수원 이병근 감독이 경질됐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9위와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전북과 수원은 시즌 초반부터 팬들과 대립했다. 지난해 K리그1 우승에 실패한 전북과 승강플레이오프 끝에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한 수원은 올 시즌에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진이 이어졌다.

수원과 전북의 팬들은 올 시즌 버스 막기 등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화가난 팬들은 경기 후 구단 버스가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것을 막으며 감독과의 대화를 요청했다. 팀 경기력에 불만이 있는 일부 팬들은 감독을 향해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기도 했고 양측의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졌다. 수원과 전북 뿐만 아니라 지난 수년간 K리그에서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팀은 경기 후 선수단 버스가 팬들로부너 가로막히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선수단 버스가 팬들로부터 가로막히는 상황이 되면 해당 팀은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경호를 더욱 강화하게 된다. 구단 입장에서는 팬들과의 충돌을 우려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게 된다. 구단 입장에선 팬들이 반가운 존재가 아니라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수원은 최근 2시즌 연속 스플릿B에 머물며 부진을 이어간 가운데 올 시즌에는 K리그1 7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리 없이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팬들은 지난달 열린 대전과의 홈경기에선 경기 종반 대전이 공격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환호를 보내며 상대팀을 응원했다. 지난 2일 열린 강원전에서는 응원을 보이콧했고 수원의 홈구장에는 수원 홈팬들의 응원이 들리지 않았다. 대신 구단 운영진과 선수단에 대한 비난의 걸개가 응원석을 가득 메웠다.

이병근 감독은 수원을 마지막으로 이끈 지난 15일 제주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팬들의 비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 놓았다. 이병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볼을 잡으면 야유가 나온다. 야유가 나올 때 선수들이 조급한 느낌을 받는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들 때 팬들의 응원소리가 우리 팀을 깨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이겨 야유보다는 응원을 받았으면 한다. 팬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수원 팬들은 제주전에선 지난 2번의 홈경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구단과 성적을 비난하는 걸개는 여전했지만 경기 시작부터 열띤 응원을 보냈다. 팬들의 응원과 함께 선제골에 성공한 수원은 이후 제주에게 3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반면 수원팬들의 응원은 멈추지 않았다. 제주전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수원은 팬들의 지지와 함께 경기 종반까지 맹추격전을 펼쳤다. 수원은 제주전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했다. 수원은 제주전이 끝난 이틀 후 이병근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병근 감독의 마지막 수원 홈경기에서 수원 선수들을 향한 수원팬들의 야유는 없었고 이병근 감독은 제주전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이병근 감독. 사진 = 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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