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나의 기타 찰리에게(MD칼럼)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안녕 찰리.

철학자 마르틴 부버에 따르면 만남이란 ‘선택받은 것인 동시에 선택하는 것이며, 수동인 동시에 능동’이라고 해. 너는 나를 택하지 않았는데 내가 너를 택해서 문제였을까. 우리의 만남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나는 지금 너를 반쯤 노려보며 이 글을 쓰고 있어.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네게 서운하고, 그런 너를 놓지 못하는 내가 바보 같아.

찰리, 나의 기타, 우리 이제 좀 친해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너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

기타 선생님에게 추천받은 너를 인터넷으로 주문해놓고 첫 레슨 날까지 오지 않아 조마조마했어. 어쩔 수 없이 선생님 기타로 레슨을 시작하기로 하고 길을 나서려던 순간, 극적으로 네가 당도했어. 얼른 레슨은 가야겠고 너는 챙겨야 했고, 나는 허둥지둥했지. 그런 나를 보고 회사 선배가 네가 들어 있던 박스를 뜯어주고 튜닝기 등 작은 짐을 다 챙겨주곤 가방 메는 것까지 도와주었지.

그날 처음 너의 줄을 튕기며, 나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지. 기타 줄 하나 튕기는 게 뭐라고 그 어색하고 떨리고 생경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 아, 앞으로 너와 함께할 시간이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어.

그런데 찰리, 우리 만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내 손가락은 맑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버징을 내. 잘 안 쓰던 왼손이라 부자연스러운 손가락 움직임까지야 그렇다 쳐도, 내 손가락 힘이 네 장력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걸 난 아직도 인정하기 힘들어. 어떻게 사람이 기타줄 6개를 감당 못할 수 있니! 연습할 때마다 “찰리 대체 뭐가 문제야”라고 외쳐대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어. 문제는 나라는 걸.

찰리, 너를 만난 후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힘 자체도 부족하고 힘쓰는 법도 모르는 구나를 깨달았어. 코드를 쥔 왼 손가락에 힘을 고르게 배분하지 못해서 소리를 못 내는 줄이 늘 나오지.

이런 나를 두고 선생님은 연필은 어떻게 쥐냐고, 그 힘은 있냐고 할 정도야. 요즘 나는 안 쓰던 근육을 쓰면서 여기저기가 저리고 경련이 오기도 해. 그래도 제발 한 번만 소리를 내자고 네게 간절히 말하고 또 말하지.

피부가 약하고 탄력이 없는 것도 이렇게 큰 문제가 될지 몰랐어. 내 피부는 마치 마시멜로 같아서 손가락 끝이 기타 나무 위로 줄을 정확히 눌러주지 못해. 대신 줄을 누를 때마다 나무에 닿기도 전에 손가락 살 사이로 줄이 먹혀 들어가곤 해. 이러니 소리가 명확히 날 수가 없지. 애초에 이런 핸디캡을 갖고 있었던 걸 난 왜 몰랐을까.

하지만 찰리,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지. 이런저런 탓을 하며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어.

나는 일상에서 꾸준히 너를 만나려고 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잖아. 찰리, 코로나19 확진으로 골골대던 그때도 내가 매일 잠시나마 너를 부둥켜안고 있었던 거 기억나지?

나는 너와 친해질 방법을 찾아낼 거야. 반드시. 찰리, 부디 우리의 만남이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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