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김병철 없었다면 '닥터 차정숙' 없었다 [MD칼럼]

[박서연의 직진]

의학 드라마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의학 드라마와 다르다. 불륜, 두 집 살림, 혼외자까지. 욕이 나올 법한 막장 드라마이지만, 욕보다는 웃음이 나온다.

요즘 드라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JTBC '닥터 차정숙' 이야기다. 드라마에 큰 관심이 없던 친구도 어쩌다 한 번 보더니 재미있다며 찾아보게 만든 마성의 드라마 '닥터 차정숙'.

의학의 탈을 쓰더니 막장 속에서 코믹을 끄집어내고 눈물과 감동까지 준다. "의학용어는 모르셔도 전혀 상관이 없다. 그래서 자막도 넣지 않았다"던 감독의 말이 맞았다. '닥터 차정숙'은 20년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경력단절 여성 차정숙이 다시 의사 가운을 입고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를 시작하는 성장 이야기이자, 남편의 불륜을 알고 각성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기에.

의학 드라마라 해서 다 같은 의학 드라마가 아니고, 막장 드라마라 해서 다 같은 막장 드라마가 아니었다. '닥터 차정숙'은 불륜이라는 막장에 중간중간 유쾌한 상황 연출,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대사 등을 삽입해 웃음을 유발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닥터 차정숙'이 이토록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엄정화, 김병철, 명세빈, 민우혁 등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다. 배우들 연기 보려 '닥터 차정숙'을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엄정화는 엄마이자 아내, 딸, 의사로서의 다양한 차정숙의 모습을 각기 다른 감정을 담아 연기했다. 가족이나 동료, 환자, 그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대하는 차정숙의 따스함을 그대로 표현했다.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흐뭇한 미소를 부르게 했고, 남편의 불륜을 알고 목이 메일 정도로 오열할 때는 함께 울컥하게 만들며 '차정숙'에 빠져들게 했다.

김병철은 찌질한 불륜남 서인호를 오로지 연기력으로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본인은 불륜을 저지르고 혼외자까지 뒀지만 아내에게 관심을 보이는 잘생긴 의사에겐 질투하는 서인호를 귀여워 보이게 했고, 모든 걸 후회하고 우는 서인호를 애잔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착 달라붙는 능청스런 연기와 맛깔스러운 대사 전달력으로 시청자들을 이끈 김병철의 힘이 크다.

최승희 역의 명세빈은 불륜녀 역할을 어색하지 않고 뻔뻔하게 소화했다. 그간 보여준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청순한 이미지를 제대로 탈피했다. 불륜녀 연기에 물론 욕도 먹었지만, 딸을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공감을 부르기도 했다. 로이 킴 역의 민우혁은 훈훈한 외모로 차정숙(엄정화)을 사이에 두고 서인호(김병철)와 경쟁 아닌 경쟁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매력을 어필,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데 한몫했다.

이외에도 송지호(서정민 역), 조아람(전소라 역), 이서연(서이랑 역), 소아린(최은서 역) 등 조연으로 나선 배우들의 활약도 상당했다. 이들 모두 신예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전개를 힘 있게 이끌어가며 몰입도를 높였다.

주말을 기다리게 한 '닥터 차정숙'은 이제 단 1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친 현실 속 오랜만에 크게 웃을 수 있게 해준 '닥터 차정숙'과 배우들의 연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사진 = JTBC 제공]

박서연 기자 lichts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