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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춘추 9월호에 실린 "오프 더 레코드 공개 - 이명박이 후텐마 한국 이전을 극비제안" ©JPNews
"후텐마 기지 문제가 미일동맹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빠진다면 한국 국내의 군 시설을 기지 이전 장소로 제공하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텐마 기지 이전지 제공에 관한 폭탄발언이 한일 양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발언은 일본의 보수 월간지 문예춘추 9월호에 실린 "오프 더 레코드 공개! 이명박이 후텐마 한국이전을 극비제안"이라는 르포 기사에 생생하게 등장한다.
이 기사를 쓴 군사 외교 전문 저널리스트 오키 도시미치 씨는 지난 7월 25일 동해상에서 실시된 한미합동 군사훈련 '불굴의 의지'의 규모와 7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투 플러스 투' 회의를 중심으로 이런 중대한 일들이 단시일내 일어날 수 있는 배경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던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찾았다.
오키 씨는 이번 '불굴의 의지'에 동원된 미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와 이지스 구축함 존 매케인 호를 예로 들면서 "올해 3월에 발생한 초계함(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차적 원인이겠지만 한국전쟁 이후 이런 대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훈련 전에 서울에서 열린 한미 거물급 외교국방 당국자들 간에 열린 '투 플러스 투' 회의에 주목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인 7월 21일 미 클린턴 국무장관과 게이츠 국방장관은 판문점 군사분계선 주변의 DMZ를 시찰했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이 지금의 강경한 태도를 바꾸기 전까지 미국은 한국과 그 국민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표명했다.
그리고 이 시찰 후 한국과 미국은 처음으로 '2+2(투 플러스 투)'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 여기서도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무기거래 및 지도부의 자산을 동결시키기 위한 추가규제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오키 씨가 주목한 지점은 동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미국이 투 플러스 투 회의를 개최한 나라가 지금까지 일본 뿐이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이번 서울 투 플러스 투 회의는 실무레벨이 아닌 클린턴과 게이츠라는 미국의 국무 및 국방을 책임지는 최고관료가 직접 참가했다는 것에서 오키 씨는 "이례적인 일"이라 평가했다.
오키 씨는 이 모든 것이 한달 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서밋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밋에서 빈번히 열린 양국간 회담에서 미국과 한국은 새로운 동아시아 안보전략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양국정상회담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이 한미회담이었다. 6월 26일 오바마 대통령의 스위트 룸에서 열린 양국정상회담은 초계함 침몰사건의 유엔안보리 회부가 가장 안건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주한미국이 가지고 있는 전시통제권(작전권)을 한국측에 이관하는 시기를 2015년 12월까지로 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합의했던 2012년 12월보다 3년이 늘어난 것이다."
이 내용은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 대한 억지력 저하를 염려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측의 요구에 오바마 대통령이 따른 것"이라고 해석돼 한바탕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오키 씨는 공식적으로 나온 회담내용보다 미국측이 발표한 문장 및 단어에 주목해 독특한 입장을 폈다. 바로 린치핀(lynchpin)이라는 영단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동맹관계는 한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태평양지역 전체의 안전보장에 있어 '린치핀'이라 할 수 있다"며 "한국은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다"라고 말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한 린치핀이라는 단어는 원래 차륜(타이어)를 지탱하는 축을 의미하지만, 보통은 '그룹의 중추'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즉 오바마 대통령은 이 정상회담에서 한국을 그룹의 중추로 가장 친한 친구, 그리고 중요한 역할을 할 동맹관계로 받아 들였다는 말이다.(참고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스위트룸에서 양국정상회담을 가진 나라는 중국과 영국, 그리고 한국밖에 없다).
오키 씨는 "미국은 지금까지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일본을 코너스톤(cornerstone, 초석)으로 비유해 왔는데, 물론 린치핀은 코너스톤보다는 덜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을 대해왔던 태도와는 확연히 다르다"며 "갑자기 미국의 달라진 태도 이면에는 놀라운 사실이 숨어 있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 발언'을 풀어 놓았다.
다음은 '함구령이 내려진 이명박 발언'이라는 챕터를 원문 그대로 번역한 부분이다.
함구령이 내려진 이명박 발언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에는 밝혀지지 않은 극비부분이 있다고 증언한다. 북한 대응과 한미 FTA에 관한 협의가 끝난 후 양국정상의 화제는 미일동맹으로 옮겨졌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이 말을 꺼냈다.
"요즘 미일관계, 특히 일본국내의 불안정한 정치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후텐마 문제를 둘러썬 미일동맹이 심각한 상황에 빠진 상황에서 오키나와의 미군 헬기가 불시착하고 미 병사에 의한 불상사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정말 큰일이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응했다.
"미일동맹은 앞으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전보장에 있어 초석과도 같은 역할을 다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과 같은 말을 꺼내자 동석하고 있던 백악관 보좌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후텐마 기지 문제가 미일동맹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진다면 한국 국내의 군시설에 후텐마 기지 이전 장소로 제공하고 싶다."
이 말을 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답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필자의 취재에 한미양국 당국자들은 더이상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유일하게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만일 그냥 립서비스로 말했다 할지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그 말에 무척 감사했을 것이라는 상상은 어렵지 않다"라고 말해줬을 뿐이다.(후략)
오키 씨는 "후텐마 한국이전이 미일동맹의 근간을 흔들리게 할 중차대한 문제"로 규정했다. 실제 후텐마 기지 문제는 자민당 정권 시절은 물론 민주당 정권으로 교체된 이후에도 미일군사동맹과 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문제의 핵심축으로 작용해 오고 있다.
오키 씨는 "이런 가운데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백악관 내부에서도 파문을 불러 일으켜 고관 레벨이 아닌 실무진들에게는 함구령이 내려졌다"면서 "주한미국대사관에도 이 정보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한미정상간에 오고간 일련의 대화 및 정황이 이후 열린 미일정상회담의 분위기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달랐다"며 "불과 30분간의 회담을 나누었던 간-오바마 회담과 비교해 본다면 오바마-이명박 회담이 훨씬 가치있었다"고 분석했다.
오키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미국과의 관계강화 노력과 그것을 통한 국제적 지위향상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처럼 언행일치를 하는 타입을 좋아한다"는 평까지 곁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과연 후텐마 기지가 한국에 이전될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한국이 아무리 강력하게 요청한다 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또 한국에 이전될 경우 미국 입장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안보전략을 송두리채 변경시켜야 하는 고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정부는 이 기사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에 소설과 같은 이야기라 반박하고 있다.
또 문예춘추라는 잡지가 일본을 대표하는 보수우익 월간지로 반(反) 민주당 성향을 띠고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오키 씨의 이번 기사는 오보로 보기에는 해당 장면이 리얼하게 묘사돼 있고, 또 그가 지적한 대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이, 과거의 미국정부가 보여준 행태와는 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문예춘추사가 발행하는 월간지 문예춘추와 주간지 주간문춘은 이념적 측면에서 편향된 모습을 간혹 보이긴 해도 철저한 취재로 유명한 매체들이다.
저널리스트 아오키 오사무 씨는 일전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주간문춘이 주간지 중에 가장 취재를 열심히 또 제대로 하는 곳"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실제 주간문춘에 근무하는 기자들도 "우리 취재물(기사)을 다른 주간지와 비교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자기네들 기사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높다.
실제 오보율을 보더라도 문예춘추와 주간문춘의 오보율은 타 잡지매체는 물론 일간지와 비교해서도 극히 적다. 이는 비슷한 성향의 주간신초가 정기적(?)인 오보 및 소송소동에 휘말리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또한 오키 씨가 "이렇게 가다간 린치핀(한국)이 코너스톤(일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미동맹이 후텐마 문제로 지지부진한 미일동맹보다 훨씬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발언의 진위여부와는 별개로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을 배워라는 뉘앙스마저 풍긴다.
과연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사실일까? 만약 사실이라면 대담한 외교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갑자기 튀어나온 돌발성 발언으로 치부해야 할지도 판단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아무튼 공은 청와대, 아니 이명박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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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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