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프로 4년차 넥센히어로즈 김민성(22)은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2007년 롯데자이언츠에 입단한 김민성은 지난달 20일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적 소식을 전해들었다. 김수화와 함께 단행된 2-1 트레이드였고, 상대 구단은 넥센이었다. 김민성은 당시를 회상하며 "놀랐다.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막막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후 한 달이 지났다. 적응기간을 마친 김민성은 완벽한 넥센 선수가 돼 있었다. 특유의 밝은 성격 덕에 새 팀에도 금세 적응할 수 있었고, 넥센 선수들 역시 김민성을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김민성은 "넥센 야구에 대해 이제 좀 알 것 같다. 초반에는 뭐가 뭔지 몰라 조금 힘들었지만 이제 괜찮다"며 밝게 웃었다.
가장 큰 조력자는 강귀태였다. 김민성은 "모두 잘 해줬는데 특히 강귀태 선배님이 많이 챙겨주셨다.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고, 그들과의 생활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김시진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 차이부터 심지어 팬들조차 롯데와 넥센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김민성은 "(넥센의) 분위기는 롯데와 다를 바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롯데가 훨씬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넥센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경기 운영 스타일이다. 타석에 섰을 때 로이스터 감독님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는 것을 원한다. 롯데는 볼카운트 0-2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휘두르는 반면 넥센은 상대적으로 팀 배팅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4강 경쟁 중인 롯데에서 이적한 뒤 리그 7위로 사실상 4강행이 좌절된 넥센에서 뛰는 아쉬움도 없을 리 만무하다. 4강 경쟁에 합류하지 못한 아쉬움이 없느냐고 묻자 김민성은 "당연히 있다. 4위 싸움을 하다가 와서 그런지 아쉬움이 더 큰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우리 팀이 4위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경기를 보면 7위 팀의 경기력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좋다. 그래서 나는 우리 팀이 하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심이냐"고 묻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네! 전 그래요"라는 씩씩한 대답이 돌아왔다.
솔직하고 당찬 김민성의 성격은 프로 데뷔 후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던 김민성은 프로 데뷔 후 활발한 성격으로 자신을 바꿔나갔다. 물론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김민성은 "보완하고 싶은 점이 무척 많다. 수비, 타격 모두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올 시즌 끝나고 훈련량을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야구는 나의 모든 것"
지난해 부상 당한 롯데 박기혁과 조성환의 빈자리를 메우며 주목받기 시작한 김민성은 '우끼'라는 별명 덕에 한층 친근한 이미지를 얻게 됐다. '우끼'는 팬들이 김민성의 외모를 원숭이에 빗대 부르며 생긴 별명이다. 김민성 역시 자신의 별명을 알고 있었다. 김민성은 "나는 '우끼'라는 별명이 좋다. 재미있고 귀엽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그런데 넥센 홈페이지 프로필에 있는 '우끼끼'는 누가 써 놓은 것이냐. '우끼'나 '우끼끼'나 별 상관은 없는데. 누가 써놨지? 이상하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김민성은 이적한 자신에게 여전히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는 롯데 팬들에게 "내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민성은 "사실 트레이드가 되면서 팬들의 반응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원래 트레이드는 유명한 선수들끼리 하는 것 아닌가?(웃음) 나는 그저 백업 요원일 뿐이었는데. 롯데 팬들이 구단은 다르지만 야구선수로서 나를 응원해준다고 했을 때 정말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넥센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민성은 "넥센 팬분들이 (황)재균이 형을 보내고 많이 속상하셨던 것 같다. 이제는 내가 넥센 팬분들께 이쁨 받고, 사랑 받고 싶다. 롯데에서의 활약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넥센에서 더 잘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종일관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보이던 김민성도 '야구'라는 단어 앞에서는 숙연해졌다. '김민성에게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김민성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많이 생각했었다"며 "야구는 나의 모든 것이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이어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야구가 정말 싫었다. '다시 태어나면 죽어도 야구는 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프로 데뷔 후 마음이 달라졌다. 이제는 다른 게 싫다. 그만큼 야구가 좋아졌다. 오로지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 뿐이다. 감독님 눈에 자꾸 띄는 선수가 될 것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넥센 내야수 김민성. 사진 = 넥센히어로즈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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