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정확하게 1년 전이었다. 1년 전 오늘인 2009년 10월 13일 두산 베어스는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2연승 후 2연패, 적지인 문학구장에서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끝장 승부에 돌입했다.
적지에서 2연승을 거둔 SK의 기세는 매서웠다. SK 선발 카도쿠라는 1회 두산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2회초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포로 단숨에 기선을 제압했다.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SK를 상대로 21타수 1안타(.048)의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2009년에도 이 경기 전까지 14타수 2안타(.143)에 그쳤던 김현수는 모처럼 활짝 웃음지었다. 김현수가 살아나면서 두산의 한국시리즈도 눈 앞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그러나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지면서 두산과 김현수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포스트시즌 사상 2번째 노게임이라는 불운에 김현수는 수건을 뒤집어 쓰고 덕아웃에서 하늘만 바라봤다. 이 장면은 나지완의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과 함께 2009년 가을야구를 회상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대목이 됐다. 최근 김현수가 출연한 라면 CF에 패러디되기도 했다.
정확히 1년만인 2010년 10월 13일 두산과 김현수는 지난해와 흡사한 처지에 놓여있다. 두산은 삼성 라이온즈와 역시 원정인 대구구장에서 마지막 사투를 앞두고 있다. 플레이오프 7타수 1안타(.143), 포스트시즌 통틀어 24타수 3안타(.125)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있는 김현수도 마찬가지다.
데자부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진을 딛고 천적 SK를 상대로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모처럼 활짝 웃은 김현수의 얼굴을 두산팬들은 올해도 이미 봤다. 지난 11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대타로 나선 김현수는 상대 철벽 마무리 안지만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포스트시즌 9경기만에 마침내 첫 타점을 올리고 활짝 웃었다. 기분 좋은 징조다.
하일성 KBSN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은 5차전 두산의 키플레이어로 "김현수"를 꼽으며 "김현수의 컨디션에 따라 팀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또 "대구구장은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기 때문에 결국 5차전은 홈런에 의한 승부가 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기억하는 야구팬이라면 상징적인 어휘들이다.
김현수와 홈런, 삼성과 두산 플레이오프 5차전의 키워드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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