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금아라 기자] ‘자유로운 영혼’ 류승범(30)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가을 탓일까. 아니면 올해만 5편의 영화를 잇달아 선보이며 얻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까. 올해 류승범은 정말 쉼없이 달렸다. 장난감에 집착하는 어린아이처럼 ‘용서는 없다’, ‘방자전’, ‘부당거래’에 이어 ‘패스티벌’ ‘인생은 아름다워’까지 악착같이 손에 쥐었다.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건 아닌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일에 대한 몰두가 외양에도 영향을 미친듯 예전보다 살이 내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개인적인 문제는 없어요. 너무 걱정스럽게 보이나봐요(웃음). 별다른 일 없고 무던히 잘 지내고 있어요. 햇빛 좋은 날에는 광합성도 하고 사람들과도 만나고. 여전히 즐거운 걸요?”
그렇게 일을 하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겠다고 하자 “길게 쉬어봐도 별거 없더라”며 웃는다. “오히려 예전엔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압박으로 다가왔어요. 몇개월 텀을 둬도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었고 여행을 가더라도 재발견이라 할만큼의 소득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한 작품 끝내고 나면 공백기를 갖고 쉬어야지' 라는 이상한 압박감만 갖게 됐어요. 힘든 것은 감정 때문인 거지 환경 탓이 아니었는데 말이죠”라고 털어놓으며 “비로소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전한다.
올들어 세번째 영화인 ‘부당거래’에서 류승범은 스폰서였던 김 회장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자신의 비리를 무마하기 위해 경찰 최철기(황정민 분)를 이용, 사건조작을 위한 각본을 쓰는 검사 주양 역을 맡았다. 형인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어느 부분이 가장 힘들었는지에 관한 질문에 “형(감독)과의 갈등 뿐만 아니라 제 내적인 갈등도 문제였어요. 전 스스로 납득되어야 연기를 하는 타입이거든요. 이번에도 애를 많이 먹었죠. 사건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시작됐는데 이해가 안되더라구요”고 말한다.
“그래서 말했죠. (날)이해시켜달라고. 그러니 '네가 조직 생활을 안 해 봐서 그럴 것'이라며 옆에 앉혀놓고 차근히 설명해주더라구요. 모르는 사람들과 하면 거기서 파열음이 많이 나요. 속된말로 양쪽(제작진, 류승범) 다 미치는 거에요. 하지만 형은 제 성격을 알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는 편해요. 그래도 작품이 안 좋으면 형이라고 해도 같이 안하죠(웃음)”
류승완 감독 외에 이미 절친한 사이인 황정민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처음으로 유해진과도 만나게 됐다. 유해진을 곁에서 지켜본 느낌은 어땠을까.“예전에 그냥 지나가면서 뵌 적은 있었는데 함께 작품을 한 건 처음이에요. 연기에 있어서 섬세하고 예민하세요.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류승범은 분명 달라졌다. 예전엔 자유분방한 개구쟁이를 보는 듯 싶더니만 이젠 남자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데뷔 10년차라도 만년 개구쟁이 모습을 유지할 줄 알았다'라는 기자의 말에 “가을이라서 그런가. 인간적으로 지친 것도 없지 않아 있다.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니 좀 달라지나 보다”며 웃는다.
배우 10년 생활이면 뭔가 보이는지를 물었더니 “날이 갈수록 모르겠다”며 머쓱해한다. “시간이 지나면 뭔가 뚜렷히 보일줄 알았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제 자신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자신에 대한 갈등, 정체성 혼란? 더욱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앞으로 나갈 방향도 봐야하는데 긴가민가 하니 큰일났죠(웃음)”
[배우 류승범, 사진=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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